영지 to the Next Level
이영지의 우승 소식을 두고 벌어진 소란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자 불균형한 사회를 여실히 드러내는 반증이다. 환호 섞인 축하의 물결 저편으로 그의 우승이 ‘비트 빨, 피처링 빨, 인기투표 빨’이라는 아니꼬운 소리가 들려온다. 이들은 파이널 무대의 이영지가 랩을 시작하기 전 이미 300점을 득표한 사실을 물고 늘어진다. 관객의 대다수인 여성이, 오로지 이영지가 여성 참가자라는 이유로 그에게 투표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말처럼 이영지는 단지 여성이라서 우승을 한 것일까? 설령 그렇다한들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의 화제성은 실력만큼 중요하고, 투표 시스템은 태초에 인기를 따른다. 이영지는 에서 가장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한 참가자 중 한 명이었다. 1화 초반, 힙합을 논하는 세 명..
'셰프의 테이블'을 보다가 울었다
‘셰프의 테이블’을 보다가 울었다여성 셰프의 테이블 작년 봄, 네 시즌을 이어온 넷플릭스의 아름다운 다큐멘터리 을 향한 비판이 제기됐다. ‘여성, 그리고 인종 다양성의 부재’. 시즌 4 기준 총 22개의 에피소드 중 여성 셰프를 다룬 편은 고작 5개, 그마저도 백인 여성 위주라는 사실은, 시대가 칭송하는 작품에 걸맞지 않은 것이었다. 비판을 받아들인 제작진은 다음 시즌부터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시즌 절반을 다양한 인종의 여성 셰프 몫으로 구성하고, 서사를 만드는 제작자의 정체성도 유념했다. 지난달 말 공개된 시즌 6 속 여성 서사는 변화의 움직임이 정박한 탁월한 결과다. 각각 미국 남부와 인도 델리 출신의 여성 셰프를 조명한 두 에피소드는 전 시즌을 통틀어 손꼽을 정도로 극적인 이야기였고, 덕분에 나는..
김서형의 '아는 형님'
김서형의 ‘아는 형님’우리가 아는 서형님 JTBC 예능 은 본 적도 볼 일도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구시대적 남성들이 줄줄이 나와 부리는, 유머를 가장한 횡포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지난주 나는 처음으로 그 불쾌함을 감당해 보기로 했다. 오직 김서형이라는 배우 때문에. 김서형이 에서 진중한 변호사를 연기하고 로 칸에 가서 멋스러운 복근과 함께 강인한 모습을 선보이고 을 통해 장안의 화제가 되는 동안, 은 변함없는 진행과 연출을 이어갔다. 자그마치 166회를 맞이한 이 예능 프로그램엔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현장을 장악하려 애쓰는 강호동과 ‘재간둥이’ 역할로 시종일관 뭐라도 던지고 보는 이수근, ‘갭 모에’를 노리는 순간 외엔 멀뚱멀뚱한 서장훈, 비교적 덜 묵은 구시대 유물 김희철, 그리고 그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