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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의 '아는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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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kyoShin 2019. 2. 2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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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의 아는 형님

우리가 아는 서형님





JTBC 예능 <아는 형님>은 본 적도 볼 일도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구시대적 남성들이 줄줄이 나와 부리는, 유머를 가장한 횡포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지난주 나는 처음으로 그 불쾌함을 감당해 보기로 했다. 오직 김서형이라는 배우 때문에.


김서형이 <굿와이프>에서 진중한 변호사를 연기하고 <악녀>로 칸에 가서 멋스러운 복근과 함께 강인한 모습을 선보이고 <스카이캐슬>을 통해 장안의 화제가 되는 동안, <아는 형님>은 변함없는 진행과 연출을 이어갔다. 자그마치 166회를 맞이한 이 예능 프로그램엔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현장을 장악하려 애쓰는 강호동과 ‘재간둥이’ 역할로 시종일관 뭐라도 던지고 보는 이수근, ‘갭 모에’를 노리는 순간 외엔 멀뚱멀뚱한 서장훈, 비교적 덜 묵은 구시대 유물 김희철, 그리고 그 사이에서 겨울철 앙상한 나뭇가지 정도의 존재감을 지닌 김영철이 있었다.


그 틈 속에, 홀로 멋진 김서형이 있었다. 편안한 치수의 교복을 입고 등장한 그는 10분 만에 슬금슬금 추기 춤을 추기 시작하더니, 서울패밀리의 ‘이제는’을 열창하며 굉장한 스텝을 보여주기에 이르렀다. 몇 가지 노랫말을 보고 그 노래를 맞춰 부르기까지 해야 하는 마지막 코너에서는, 그의 말춤을 보기 위해 ‘강남스타일’이 나와야만 했다. 술도 못하면서 끝까지 회식 자리를 지키다 매니저에게 “노래방도 안 가고 이씨” 볼멘소리를 했다던, 우리가 모르던 김서형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날 그가 모든 일에 한 치의 오차도 용납지 않던 김주영 이미지를 상쇄하기만 했냐 하면 절대 아니다. ‘속 근육’을 만들어 버틸 힘을 준다는 필라테스 자세를 선보일 때. ‘김서형이 생각하는 스카이캐슬 명장면’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카메라가 줌인 되면서 ‘마왕’이 흐르고 김주영이 눈을 뜨는 장면’을 꼽으며 “내 신(scene)이어서가 아니라, 처음으로 연기하면서 내가 안 보였던 것 같아”라고 말할 때. 그의 선곡에 이수근이 “이거는 남자가 도와줘야 되는데” 나부대자 고개를 들고 “아, 다 할 수 있어” 큰소리칠 때. 김서형은 정말이지 우리가 아는 김서형이었다.


아마 그는 <아는 형님>을 버티게 만드는 처음이자 마지막 배우가 되지 않을까. 아는 김서형이든 모르던 김서형이든, 나는 그를 지금보다 자주 보고 싶다. 이미 이루어진 것 같은 그의 바람처럼, 적재적소에 독보적인* 그 모습을 오래도록 볼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GQ 코리아, [스카이 캐슬] 이후의 김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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