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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1

by TokyoShin 2019. 4. 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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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업 1


요즘 주의가 산만해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져서 무섭다. 특히 장문을 접할 때 주의산만은 거의 극에 달한다. 행간을 대충 훑어내려가거나 읽다 말고 스마트폰을 쳐다본다. 그때그때 의식하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밝지 않은 미래를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인간과의 상호작용이 사치재가 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저비용 고효율의 스크린 커뮤니케이션이 상업 공간은 물론 교육과 복지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거나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사는 건 자본이 충분한 이들에게만 허용된다. 고도의 디지털화로 사람이 힘을 잃어가는 한편, 디지털의 특성이 주지 못하는 특별함을 제공할 자원으로서 사람이 중요한 시대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트렌드를 쫓으면서도 디지털 환경에 속박되어 뇌를 가동시킬 능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디지털 과도기의 과업이란 영 쉽지가 않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대충 말을 마무리한다.



과업 2


며칠 전 지인에게 "과장을 보태 요즘 좋아하는 거 성실이 이룬 성과, 이런 얘기 뿐인 거 같다"고 그랬다. 이를테면 아침 5시에 집을 나서 회사 앞 카페로 가 8시 55분까지 글을 쓰고 9시 출근하는 생활을 3년 간 했다는 이야기. 이런 걸 보면 그냥 그 거대한 시간과 끈덕짐 앞에 마음이 경건해진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화제의 '젊은' 작가 박상영이지만, 그 시간을 끝내 두드러지는 성과로 환산하지 못한 어느 누구의 이야기라 했더라도 나는 비슷한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지인은 내 말에 "워낙 성실하지 않은 시시한 콘텐츠가 많아서 근면성실한 것에 감응하게 된다"는 식의 얘길 했는데 실제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여하간 근면성실의 태도는 올해 1분기 내게 중요한 화두였고, 2분기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작년 말 나의 2010년대를 돌아본 이래로 삶에 대한 동력을 많이 얻었다. 그 과정에서 바람같고도 아득한 세월을 그냥 유영만 한 게 아니었다는 확신, 셀 수 없는 생각과 두터운 기록이 남긴 (거창한 말이지만) 유산 덕에 갖게 된, 보이지 않는 힘이 여기에 있다는 확신을 얻은 것 같다. 그게 올해의 나를 지탱하고 있고, 그래서 더 성실하게 인풋과 아웃풋을 내고 싶다. 그럼 5년, 10년 뒤의 나는 더 분명하고 큰 사람이 되겠지. 그런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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