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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to the Next 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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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kyoShin 2019. 4. 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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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래퍼3> 이영지의 우승 소식을 두고 벌어진 소란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자 불균형한 사회를 여실히 드러내는 반증이다. 환호 섞인 축하의 물결 저편으로 그의 우승이 ‘비트 빨, 피처링 빨, 인기투표 빨’이라는 아니꼬운 소리가 들려온다. 이들은 파이널 무대의 이영지가 랩을 시작하기 전 이미 300점을 득표한 사실을 물고 늘어진다. 관객의 대다수인 여성이, 오로지 이영지가 여성 참가자라는 이유로 그에게 투표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말처럼 이영지는 단지 여성이라서 우승을 한 것일까? 설령 그렇다한들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의 화제성은 실력만큼 중요하고, 투표 시스템은 태초에 인기를 따른다. 이영지는 <고등래퍼3>에서 가장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한 참가자 중 한 명이었다. 1화 초반, 힙합을 논하는 세 명의 남성 참가자 틈에 낀 그가 “어디서 배운 거야? 그런 힙합?”하고 묻는 장면은 프로그램을 통틀어 가장 큰 화제를 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이어진 싸이퍼 무대에서 호탕해 보이는 성격에 꼭 맞는 가사와 랩핑을 선보인 순간, 그에겐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단단한 이미지가 박였다.

이영지는 회를 거듭하며 그 단단함을 증명해갔다. 다 씹어먹어 버리겠다는 허황된 자만 없이, 겸손하되 자신 있게 무대를 점령하는 그의 모습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 파이널 무대 직후 “(영지의) 성장을 아니까 더 감동이 되는 것 같다”거나 “영지는 지금까지 모든 무대 단 한 부분도 실수한 적이 없다”는 등 멘토들의 평은 그 노력의 궤적을 부연한다.
 
이같은 이영지의 무대는 우승 후보로 점쳐지던 양승호나 권영훈의 무대와 대조된다. 양승호는 실수 논란 이후 불안한 내면을 내비쳤고 권영훈은 음악적 고집으로 시대에 맞지 않는 무대를 보여줬다. (조금 미안한 표현이지만) 못생긴 사람이 부르는 자기긍정의 록은 2000년대 인디 씬에서나 먹히던 거 아닌가? 한편 또 다른 우승 후보로 떠오른 최진호는 캐릭터적 매력을 찾지 못해 헤매는 모습을 방송 내내 보였다. 이는 방송에서 일관된 캐릭터의 중요성을 못 박는 동시에 ‘4차원 컨셉’이 폭 넓게 통하기는 힘든 현실을 드러낸다.

그러니 안팎으로 단단한 이영지의 우승은 너무도 합당한 결과다. ‘빨’이니 어쩌니 비꼬는 이들은 부디 여성을 향한 삐딱한 시선을 거두고 우직한 사람의 성장 서사를 받아들이기 바란다. 이젠 그의 ‘next level’을 응원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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