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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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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kyoShin 2015. 2. 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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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8

근사해 ADORABLE.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대상에 대한 자신의 욕망의 특이함을 이름짓지 못하여 조금은 바보 같은 이 "근사해!"라는 말에 귀착한다.


p.41

욕망의 속성은 부정확한 언표만을 만드는 데 있다.

언어의 이런 실패로부터 남은 흔적이 바로 '근사해'란 말이다.


p.42

근사해란 피로, 즉 언어의 피로의 조그만 흔적이다.

이 말에서 저 말로 같은 이미지를 달리 말하는데, 내 욕망의 속성을 그릇되게 표현하는 데 그만 지쳐 버린 나.

그리하여 이 여행의 종착역에 이르러서의 내 마지막 철학은 동어 반복(tautologie)을 인정하고 실천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근사한 것은 근사하다, 또는 당신이 근사하기 때문에 근사하다고 생각한다.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한다 등등. 

이렇게 사랑의 언어의 막을 내리는 것은 바로 그것을 설정한 매혹이다.

왜냐하면 매혹을 묘사한다는 것은, 결국 "난 매혹되었어"란 말을 초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이 간 레코드마냥 그 결정적인 말밖에 되풀이할 수 없는 언어의 맨 마지막에 이르면, 난 그것의 긍정으로 도취한다.

동어 반복이란 모든 가치가 뒤섞인 가운데 논리적 실험의 영광스런 결말과 외설적인 어리석음, 그리고 니체식의 긍정(oui)의 폭발이 함께 자리하는 그런 전대미문의 상태가 아닐까?




p.186

소크라테스는 "아름다운 소년 곁에 아름다운 사람으로 가기 위해 이렇게 치장했다네"라고 말한다.

이렇듯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닮아야 한다.

나는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어떤 본질이 일치가 있다고 가정한다(바로 이 점이 나를 기쁘게 한다).

이미지·모방: 나는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다 그 사람처럼 하려 한다.

우리가 하나가 되어 똑같은 살갗의 자루에 갇혀 있다는 듯이, 나는 그 사람이며 그 사람은 나이기를 열망한다.

그리고 옷은 내 사랑의 상상계를 만드는 그 유착된 질료를 담는 매끄러운 봉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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