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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의 팔촌

Seeing

by TokyoShin 2015. 12. 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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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 <사돈의 팔촌>을 보았다. 사촌 관계지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두 인물의 이야기다. 영화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두 인물의 어린 시절부터 관찰한다. 사실 '시절'이라고 하기엔 한나절이 전부고, 그 시간마저도 '가족 모임'이라는 사건에 박혀있어 로맨스를 떠올리기엔 너무도 어색한 상황이다. 가까운 관계의 '제3자'가 도처에 널려있다. 어린 두 사람은 몹시도 아슬아슬하게 이 어색한 공기를 뚫고, 급기야 '이상하지만 좋은' 감정을 서로 공유한다. 그리고 어른이 된다. 


 10년이 넘는 세월 뒤에 둘은 또다시 가족 모임에서 마주한다. 어색한 상황은 그대로지만 성인이 된 둘은 자율적인 인물이 되었다. 여주인공 유리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아리'로 개명을 했고, 남주인공 태익은 월세를 요구하는 엄마에게 '그 정도는 맘만 먹으면 금방 벌지', 능청스레 응했다. 오래 전 감정의 충돌을 고스란히 간직한 둘은 각자의 시한-군대 복귀와 유학-이 오기까지 그 감정을 조심스레 연장해본다.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이 과잉으로 흐르지 않아서 좋았다. 좀 더 나아가기보다는 '거기서 끊어내는' 연출이나 절제된 음악 사용이 이를 경계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어쩌면 이 영화에서 중요한 문제였을 '금기된 감정을, 관객에게 거부감 없이 설득할 수 있는가'를, 무리없이 잘 돌파하지 않았나 한다. 이 영화가 음악을 쓰는 방식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영화 속 상황과 다분히 밀착되어 깔리거나-남주인공이 사촌 형 방에서 노래를 트는 장면이나 파티 장면- 약간 판타지적인 요소가 엿보일 때-남주인공이 느낌만으로 여주인공이 있는 위치를 찾아낼 때-만 등장했는데, 전자에서 쓰인 음악은 놀랄만큼 자연스러웠고 후자의 경우 말이 안 되는 걸 납득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되고 싶은' 이상한 느낌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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