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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웃었다

Seeing

by TokyoShin 2016. 2. 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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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철 에디터의 첫 책을 좋아했다. 그걸 볕 좋은 날 계동에서 샀다. 거스름돈으로 동전을 한 움큼 받았지만 난처하지 않았던 날이었다. 그날 나는 그의 수줍은 팬이었고, 그래서 사인도 마다하고 말았다. 두 해 쯤 뒤 그가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았다. 어떤 모양일지 짐작할 수 없는 이 책을 이따금 기다리다, 1月에 반가이 맞았다. 새해 들어 처음 펼치는 책이었다.


 《좋아서 웃었다는 겨울에 시작해 겨울에 끝난다. 봄에 시작해 봄에 끝난 여기와 거기》와는 같고도 참 다르다. 모두 계절의 흐름을 빌려 썼지만 첫 책은 '계절감'을, 두 번째 책은 '때'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그래서 이 책은 보다 가볍고 즉각적이다. 유머보다는 신파가 늘기도 했는데, 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이를테면 2月 7日의 사진과 "꽃값은 기록에 남았으나, 우리가 저리도 활짝 웃었던 이유는 남지 않았다"는 문장, 4月 11日의 사진과 청농원 "누나가 웃으며 울었던" 순간 같은 건 도저히 마다할 수가 없어서. 


 책을 덮으며 에디터의 글과 사진이 여전히 좋다고 확신했다. 그는 이것과 저것을 골라 배열하거나 이미 배열된 어떤 장면을 포착하는 데 무척 탁월한 사람이다. 그가 만드는 장면에는 숨기는 것은 있되 숨기려는 것은 없다. 그 야릇한 맥락이 내가 그의 것을 자꾸만 궁금해하는 이유다. 주변의 누군가는 "장우철? 아니야, 정말." 잘라 말하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아마 계속 그가 쓰고 찍는 것들을 편애하고야 말 것이다.


*사진은 여기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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