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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커와 비욘드클로젯의 콜라보레이션 BEAKER X beyond closet

Study/Branding

by TokyoShin 2014. 3. 2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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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beakerstore.com


일년 쯤 전 인지 모르겠다. 한남동 쪽을 걷다가 이름 모를 건물을 봤는데, 그 외관이 꽤 궁금증을 일으켰다. 나중에 알고 보니 편집숍 비이커 매장이었다. 이제는 에버랜드라고 불러야 할 제일모직은, 일모부터 마인드앤카인드, 블리커를 거쳐 비이커를 만들었다. (나는 괜시리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을 인수한 게 적응이 안 된다. '제일모직'은 패션 브랜드를 껴안기에 꽤 든든한 이름이었다고 생각한다.) 각 각 다른 콘셉트를 가진 셋 중 그래도 맘에 드는 걸 꼽으라면 마인드앤카인드가 될 것 같은데 그리 긴 시간 생존하진 못했다. 단정하고 신사적인 브랜드 구성과 매장 한 쪽 턴테이블에서 흐르는 MC Hammer의 Can't Touch This의 위트는 꽤 괜찮은 인상을 줬는데. 다만 훗날 마인드앤카인드의 것과 너무도 비슷한 매거진 모노클의 로고를 보고 당황하긴 했다. (물론 모노클이 훨씬 먼저 생겼다.)

 어쨌든 '최종 진화형'인 비이커는 내게 그 때 그 한남동 외관 이상의 호기심을 주진 못했다. 비이커의 아이덴티티가 딱히 와 닿지 않아서다. 이들은 '패션을 넘어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는 Upcycling Culture Laboratory : Beyond Fashion with Culture and Lifestyle' 을 표방한다. 이는 (마치 실험실에서 여러 물질을 혼합시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듯) '패션과 문화, 라이프스타일을 혼합하여 한 차원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편집숍' 쯤이 될 것이다. 비이커는 이에 따라 정크야드프로젝트를 통해 인테리어를 구성하고 쇼핑백 등의 어플리케이션에 업사이클링 콘셉트를 녹여냈다. 그러나 여기엔 편집숍을 구성하는 여러 물질 중 가장 근본적인 물질인 '브랜드'가 빠져 있다. 비이커 안에는 수많은 브랜드가 있는데, 이들이 비이커만의 느낌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가 모호한 것이다. 그러니 비이커가 여러 요소들을 혼합하여 제시하는 차원 높은 가치가 무엇인지도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온라인 사이트에선 마인드앤카인드의 셔츠를 할인해서 판매 중인데, 이건 리사이클링이라 하기도 좀 민망하다.

 비이커와 비욘드클로젯의 콜라보레이션은, 이 와중에 눈에 띄었다. 왜 이런 결과물이 나왔는지 단번에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 비욘드클로젯의 디자이너 고태용씨는 편집숍 비이커를, 어찌됐건 '실험실 속 비이커'로 결론 지은 것 같다. 그리고 '실험실 속 비이커'에서 출발한 결과물은 비이커가 속에 품은 의미를 충분히 담는다. 고태용 디자이너는 이 비이커의 상징성을 담은 캐릭터를 골라 자신의 시그니처 아이템 '개티'에 얹어 놓았다. 어떤 상징적 캐릭터를 따 와서 개티에 적용하는 건 그가 자주 하던 방식이다. 그간 원더우먼, 마이클잭슨, 다스베이더, 시드비셔스 등을 개로 재탄생시켜 스웻셔츠에 담았다. 이 과정에서, 그가 비이커를 드러내는 데 아인슈타인과 프랑켄슈타인을 선택한 건 탁월했다. 수많은 생각들을 조합한 끝에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과학자 아인슈타인과, 시체들을 혼합해 탄생한 괴물 프랑켄슈타인은 모두 비이커와 연관성을 가진다. 두 캐릭터 사이에 존재하는 이상한 간극도 재밌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만들어진 이 스웻셔츠가 얼마나 팔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비이커라는 편집숍에 놓이기에 썩 어울린다.

 비이커가 정말로 '업사이클링 컬쳐 랩'으로 남고 싶다면, 이 메시지를 담는 방식, 그리고 각 요소 간 조화에 좀 더 고심 했으면 좋겠다. 리뉴얼에 리뉴얼을 거친 편집숍이지 않은가. 덧붙여 고태용 디자이너의 개티는 타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기에 참 적격인 아이템이다. 시그니처를 명확하게 유지하면서도 자유로운 변화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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