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청춘이네, 청춘이야"라는 말을 듣고 산다.
그 이유가 술 마시고 부리는 객기 탓이라는 건 좀 슬프지만, 지나고 보면 그 모든 회한에도 운치가 있긴 하다.
그래서 "청춘은 무슨, 미친 거지" 하다가도 며칠 후엔 "청춘이네" 동조를 해 본다.
그러고 보면 예전엔 청춘이라는 단어를 참 싫어했다.
우선 어감이 너무 촌스러웠고 다음으론 왠지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말처럼 느껴져서 지루했다.
우습게도, 요즘엔 이 단어의 '철 지난' 지점이 참 좋다.
특히나 그 지점이 여름과 만나는 순간엔 어떤 말도 필요가 없어진다.
나에게 여름은 '다신 돌아오지 않을' 생동한 날들이어서, 이 계절을 보낼 때면 몹시도 애틋해진다.
그리고 지나간 여름을 노래하는 곡이 이렇게 많은 걸 보면 분명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날들.
알면서도 미끄러졌던 그 때.
철 지난 순간을 떠올리며 인생의 사이클을 탄다.
왜 죄다 때가 지나서야 소중해지는 건지 모를 일이다.
이천십사년의 여름날이다.
창 밖엔 비가 오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