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서울이 그리워서 더부스에 들러 서울크림스타우트를 테이크아웃한 다음 바다로 갔다.
길을 걷다 요크셔테리어 초롱이와 악수했다.
웨스틴조선 앞에 앉아 여전한 바다를 보며 노래를 들었다.
술은 썼고 모기에게 다리를 잔뜩 뜯겼다.
어제 아침엔 누군가와 통화를 하다 또 답답하다, 무료하다는 말을 내뱉았다.
그랬더니 송곳같은 말들이 날아왔다.
너 내려간 지 3개월 째야
너한테 지금까지 똑같은 말만 네 번은 들은 것 같아
변한 게 하나도 없잖아
앞으로 계속 일 이런 식으로 처리할거야?
내가 더 이상 해 줄 말이 없다
그냥 가만히 너 말만 들어줄까?
정신 좀 차려
왜 변하려고 하지도 않아?
뭐든 좀 해 봐
너 무리해서라도 하고 싶은 거 하는 애였어
더 울고, 밥 먹고 나한테 다시 연락해
전화 끊는다
전화를 끊고 소리내어 울다가, 씻고, 밥을 먹고, 지하철을 탔다.
그러고나서, 하필이면 그레이트뷰티를 봤다.
영화관을 나서는데 정신이 아득했다.
이게 다 뭐람.
'인생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기로 동의한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을 누가 했더라.
생은 유한하니까 아름다움도 찰나야.
다 사라져.
그러나 곧 이렇게 묻고 싶어질 것이 틀림없어.
그럼에도, 아름다울텐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