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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아카데미, 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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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kyoShin 2015. 2. 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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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가 제시한 미래철학의 서곡, 관계론


p.82

철학적 관계론은 '존재하는 모든 것(사물이든 사건이든 사태든)은 그 존재와 본성과 의미가 관계적 구축의 형태로 이해돼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은 실체론(및 본질론)에 대한 근본적인 대립 관점입니다.


p.84

니체에게 이 세계는 다수의 힘에의 의지의 거대한 관계 네트워크입니다.

에의 의지는 주지하다시피 '항상 힘 상승과 강화와 지배를 추구하는 의지작용'입니다.

지배와 더 많은 힘 그리고 더 강해짐에 대한 추구는 의지들에 내재하는 본성입니다.

즉 모든 의지는 힘의 상승과 강화 및 지배를 추구하지요.

그래서 힘에의 의지는 다른 의지들 외부에 독립적으로 존립하는 제3의 의지가 아닙니다.


p.85

힘에의 의지가 실체적 독립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에서입니다.

첫째, 힘에의 의지의 관계 네트워크에서 특정 힘에의 의지 A의 '자존적'인 존립은 불가능합니다.

A의 존재는 나머지 힘에의 의지들 전체와의 '힘 싸움으로서의 관계 맺음'을 통해서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항상 힘 상승과 강화와 지배를 추구하는' 의지작용은 힘 싸움관계와 그 힘 싸움의 대상들이 있어야만 지속됩니다.

둘째, 힘에의 의지는 의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의지작용이 사라진 후에도 남아 있는 그 무엇이 아닙니다.

그래서 의지작용의 담지자이면서 의지작용과 분리되어도 존속하는 '행위자'로서의 자존성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힘에의 의지는 '의지작용' 즉 행위이자 작용일 뿐입니다.

마치 '번개'처럼 말이죠.


p.87

힘에의 의지는 '관계적 역동성'이라는 특징을 갖는 운동을 합니다.

힘 싸움이 갖고 있는 관계적 운동 때문입니다.

힘에서 의지 A의 운동은 A의 내부와 A의 외부(나머지 힘에의 의지들 B, C, D… 등 전체)와의 '동시적'이고 '쌍방향적'인 '상호관계'의 결과입니다.

A에 고유한 A만의 내적 원인이 따로 있어서 그것만이 A를 움직이게 하거나, A가 맺고 있는 외적관계만이 원인으로 작용하여 A를 촉발시키는 것이 아니죠.

또한 A의 이른바 내적 원인이 먼저 움직이고, 그것이 외부의 작용을 나중에 촉발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A의 운동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나머지 세계 전체와의 '동시적'이고 '쌍방향적인' '상호작용'으로서의 '힘 싸움관계'가 불러일으킵니다.

따라서 A는 전적으로 내부로부터만 나오는 운동을 할 수도 없고, 전적으로 외부에 의해 촉발되는 운동을 할 수도 없습니다.


p.88

힘에의 의지의 운동은 이렇듯 외적관계와 내적관계, 작용과 반작용, 능동과 수동이 분리 불가능하게 '혼용'되고 '융합'되어 있는 매우 독특한 운동이지요.

이런 운동을 하기에 특정 힘에의 의지 A가 움직였다는 것은 곧 그것이 속해 있는 관계세계 전체가 동시에 움직였다는 것을 의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p.95

힘에의 의지의 세계에서는 우연이 없습니다.

물론 불필요한 것도 없습니다.

그 세계의 모든 계기와 사태는 '필연'이며, 그것도 '자족적(자기 목적적 - 자기 충족적)필연성'을 확보하지요.

니체가 자신의 철학적 과제 중의 하나로 "우연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제시하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런 과제는 전통적인 형이상학적 이분법 및 일원론 철학에 대한 니체의 심층적인 불만 때문에 설정된 것입니다.


p.97

니체 철학은 이 세계를 긍정하는 철학이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 세계의 '자족적' '필연성'을 확보하려 합니다.


이렇듯 세계의 모든 계기와 사건은 힘에의 의지의 합법칙적 운동이 보증하는 필연성을 확보합니다.

거기서는 니체의 표현처럼 '불가능한 것은 결코 가능할 수 없습니다'.

힘에의 의지가 힘에의 의지의 본성과 작용법칙에 따르지 않는 경우는 없다는 말입니다.


p.99

힘에의 의지의 세계에서는 의지들의 합법칙적 관계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만, 그 관계 자체는 쌍방향적이고 동시적인 상호관계이며, 관계 맺는 부분 계기들에 의존적이어서, 그때그때 새롭게 구성되고 변화 가능합니다. 

힘에의 의지의 세계는 힘에의 의지들의 자유로운 선택이자 열려져 있는 과정인 것입니다.


p.101

힘에의 의지로서의 세계가 공동으로 구성된 세계이듯,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도 힘에의 의지의 하나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나는 홀로 존립할 수 있는 자존적 실체도 원자적 개체도 아닌 것입니다.

나의 '무엇'과 '어떻게'는 전체와 나의 상호작용의 결과입니다.

나의 행위도 오로지 나만의 행위가 아닙니다.

세계 전체가 그 행위 구성에 동시적으로 함께 관여합니다.

나는 이렇듯 관계적 나, 공동으로 구성되는 나인 것입니다.


공동적 개인과 공동적 세계.

바로 이것이 근대적 패러다임을 완전히 벗어나고 싶어하는 니체가 제시한 나와 세계의 모습입니다.


 p.102

그런데 모든 것의 필연성에 대한 인정은 각 계기의 비교 불가능하고 교환 불가능한 개별성과 특수성에 대한 주목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맺고 있는 전체와의 연계가 동시에 주목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전체 속에서, 전체와 함께, 전체를 전제하는 특수와 개별의 필연성이 비로소 드러날 수 있는 것입니다.


"있는 것은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으며, 없어도 좋은 것은 없다."

(이 사람을 보라》GT3: KGW Ⅵ 3,309 )


p.104

"무엇인가를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할 수 있기 위해 나는 그것을 존재하는 모든 것과 절대적으로 필연적으로 묶여 있는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

(유고》KGW Ⅶ 2 26 [117], 179 ) 


인간에게서의 위대함에 대한 나의 정식은 아모르 파티다.

필연성을 견뎌내는 것도 아니고 은폐하는 것도 아니라.

- 모든 이상주의는 필연성 앞에서의 은폐다. -

오히려 그것을 사랑한다.

(이 사람을 보라》〈나는 왜 이렇게 똑똑한지〉10: KGW Ⅵ 3,2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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