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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 YOURSELF-CAMERA│헬프 유어셀프-카메라

Thoughts

by TokyoShin 2013. 11. 1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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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가을, 어느 카페에서 나는 잠시 동안 누군가의 ‘셀카’ 속 배경으로 머물러야 했다. 썩 달갑지 않은 상황에 고개를 숙이다 문득 셀카 산업이라는 게 있다면 거기에 종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탄탄한 휴대폰 시장이 카메라 시장에까지 한 다리 걸치고 있는 시대 아닌가. 이제 똑'똑'이 카메라 한 대 쯤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 없고, 그 카메라 '앨범' 속에 자신이 팔을 쭉 뻗고 찍은 셀카 한 장 쯤 담아보지 않은 사람도 없다. 그야말로 엄청난 고객을 거느린 시장이니, 돈 꽤나 쓸어 담을 수 있겠구나하는 망상은 주문한 커피가 나오면서 끝이 났지만, 셀카에 대한 생각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마침 오늘, 어느 친구가 내게 한 편의 글을 일러주었다. <인간은 왜 '셀카'를 찍는가>라는, 작년 1월 지콜론에 실린 김현호 님의 것˚이었다. 그의 글을 읽으며, 그간 묵혀뒀던 생각을 끄집어내었다.

   나에게 셀카란, 늘 디지털 시대의 그것을 뜻한다. 셀카를 성립하게 하는 유일한 조건인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직접 찍을 것'을 우리가 그토록 손쉽게 충족시킬 수 있었던 데엔 디지털의 공로가 컸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전면카메라를 통해 거울을 보듯 자신을 찍고 곧바로 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촬영은 끝없이 이어진다. 한 손에 최소한의 장비인 카메라를 든 채, 조명과 각도를 조절하며 순간순간 변하는 피사체(자신)를 캐치한다.

'별로다.'

'오, 지금 좀 괜찮은데?'

   촬영된 사진은 곧바로 앨범에 담긴다. 혹 괜찮을 것 같던 사진이 별로일 지라도, 삭제버튼 하나로 영원히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이렇게 거르고 걸러진 최후의 결과물은, 그 시점에서 가장 잘 팔릴 만한 우리의 이미지를 담는다. 그리고 이 사진을 기꺼이 구매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줄곧 우리 자신에 대해 궁금해 해 왔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원초적인 물음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이, 세대를 초월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임을 보여준다. 거울과 카메라는 우리를 이 깊은 호기심으로부터 구원해줄 듯 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갈망하는 모습은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기에, 어떤 것도 우리의 욕망을 완전히 충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각자 의식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수없이 욕망하게 되었다. 결국 셀카란, 인간 본연의 욕망과 디지털 시대가 마주쳤을 때, 인간이 자신에게 바라는 현존의 모습을 실체로 그려내려는 행위다. 우리는 우리가 각자 의식 속 모습으로 현존하고 있기를 바라며, 셀카 사진이라는 실체로 이 욕망을 물화(物化)한다. 그리고 실체로 남은 사진을 바라보며, 의식과 현실 속 모습을 일치시키고는 위안을 얻는 것이다.  


˚ 김현호 님의 <인간은 왜 '셀카'를 찍는가>

 http://www.gcolon.co.kr/front/php/product.php?display_group=1&main_cate_no=39&product_no=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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