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쓸쓸함은 옅어졌다.
그 자리를, 짐 꾸리기에 대한 강박이 채웠다.
그래도 당장 정리를 시작하진 않을 걸 안다.
500일의썸머를 틀어놓고 샤워를 했다.
나갈 채비를 하면서 영화를 봤다.
요즘 내가 이 영화를 예전만큼 좋아하진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카페가서 책이나 읽지, 하고 집을 나섰다.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어서 그냥 걸었다.
어쩌다 홍대 쪽에 오긴 왔는데 어딜 가야 할 지 몰랐다.
예전에 친구가 말 한 아메노히커피상점이나 찾아보자 하고 어떤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예전에 만난 곰상 남자가 일러준 섬을 발견했다.
눈을 떼지 못하고, 아주 천천히 지나쳤다.
좀 더 걸으니 그 유명한 김진환제과점이 나왔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끌려 들어가 우유식빵 하나를 샀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더니, 그 개수가 점점 늘어만 갔다.
종종, 거기 있을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찾던 걸 발견한다.
이런 우연이 좋다.
다산북스의 카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 갔다.
사람들이 '나나흰'이라 부른다는데 맘에 들진 않지만 나도 결국 '나나흰'이라 부르게 된다.
산미구엘 한 병을 주문하고 곰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을까 뭘 할까, 하는 와중에 약간 취하는 것 같아서 당황했다.
문득 또 누굴 만나고 싶어져 근처 산다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고맙게도, '오늘 못 보면 왠지 너 못 볼 것 같은 느낌'이라며 와 주었다.
함박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몽소에 가서 얘길 나누다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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