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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1

by TokyoShin 2019. 2. 2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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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은 안 하고 창밖만 봤지


어젯밤 마음 놓고 싫어했지 지겨운 사람들. 폐끼치는 것도 아닌데 그러려니 하는 거지 뭘. 건강한 말을 들었지. 방금은 진분홍 니트에 엷은 회색 패딩 조끼를 입은 중년의 남성이 취한듯 걷다가 넘어지는 광경을 보았지. 늦겨울 아니면 초봄에 어울리는 풍경이라고 생각해봤어. 내가 지금 듣고 있는 곡의 제목이 무언지 아니? Cried, Cried. 


창 밖으로 보이는 횡단보도 앞에서 전자담배 피던 저 사람들,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했거든. 왜냐면 둘다 한참 넉넉한 와이드 팬츠에 오버핏 후디 아님 스웻셔츠를 입고 있어서. 외투는 걸치지 않은 채 비니를 썼지. 다른 생각 하는 사이에 떠나고 없었는데, 방금 다시 횡단보도 건너 돌아오는 걸 봤어. 카트에 박스를 3층으로 싣고서. 나는 깨달았지. 아. 저 옆에 있는 스트리트웨어 편집숍 직원이구나.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저 사람들은 무얼 하는 사람들일까. 나이 든 남자 둘과 그보다는 젊어 보이는 여자 하나. 셋은 인사를 나누지. 유난히 반가운 듯 구는 한 남자는 알감자 같은 얼굴에 뿔테 안경을 썼어. 여자는 길고 검은 생머리. 정체모를 핫핑크 쇼핑백을 들고 있어. 어쩐지 출판계에서 일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해 봤어. 뭘까, 내가 생각하는 출판계.


지금 횡단보도 앞에는 연인으로 보이는 여자와 남자가 철권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어. 합, 합. 싸우는 척을 하지. 그러다 갑자기 남자가 여자의 등을 열심히 두드려. 그리고 포옹을 하고 있지. 취한 걸까? 그런 거겠지? 여자는 남자와 마주한 채 몸을 흔들기 시작했어. 갑자기 둘은 하이파이브를 하지. 한 번 더 하지. 둘은 길을 건너지. 앞을 보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리고 손을 잡지.


좌회전을 하는 자동차들을 보고 있지. 택시도 있고 경찰차도 있어. 그러다 다시 정면을 보지. 자전거 세 대가 엉켜 쓰러진 장면을. 다시 눈을 돌리면 초록불 횡단보도. 같은 시각 같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중 각자의 패딩 코트에 각자의 백팩을 맨 엄마와 아들이 손을 잡고 사라지는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어. 어쩌면 엄마와 아들이 아닐지도 모르지. 지금은 10시 11분. 카페는 11시에 문을 닫지. 


집에 가서 맥주나 한 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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