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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니 어김없이 늦잠을 잤다. 누운 채 빈둥대는데 켜 둔 전기매트가 식어갔다. 영문을 모른 채 몸을 일으켜 화장실에 가는데 불이 켜지지 않았다. '형광등이 나갔나, 그럴리가 없는데.' 다른 두 스위치를 켜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전기렌지도, 세탁기도 켜지지가 않았다. 밥솥의 밥은 차갑게 식었고, 냉장고엔 냉기 대신 어둠이 깔렸다. 정전이었다. 방 안엔 밀린 빨래가, 창 밖엔 눈이 쌓인 오늘같은 날에. 분노 보다는 순응을 했다. 현관문 밖으로 상황을 복구하려 애를 쓰는 것 같은 대화가 들려왔다. '그래, 저녁 전에는 고치겠지.' 문을 조금 열어두고 핸드폰 조명을 화장실 방향으로 켠 채 샤워를 했다. 몸의 물기를 닦고 나와서는 전기가 내일까지 먹통인 경우를 잠시 그려보기도 했다. '그럼 또 이렇게 샤워..
Diary/201
2017. 1. 22.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