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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보드리야르, 사라짐에 대하여, 2007

Words

by TokyoShin 2014. 7. 3.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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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

내가 시간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아직 없으며

한 장소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사라져 버렸고

한 인간에 대해 말할 때, 그는 이미 사망했으며

시절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이미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p.15

따라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실제 세상이 존재하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부터 그 세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p.17

인간은 뛰어난 지적 능력을 통해 세상에 의미와 가치, 현실성을 부여하고, 그와 동시에 세상을 해체해 나간다.

('분석하다'는 글자 그대로 '해체하다'를 의미한다.)

그러나 분명 더 멀리, 개념과 언어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사물을 재현하고, 명명하며, 개념화하면서 인간은 그것을 존재하게 하고, 동시에 사라짐 속으로 떠밀며, 그 생경한 현실성으로부터 절묘하게 멀어지게 한다.

그렇기에 계급투쟁은 마르크스가 명명한 순간부터 존재한다.

그러나 물론 그것은 명명되기 직전에, 가장 치열하게 존재한다.

명명되고 나면, 필히 기울기 시작한다.

하나의 사물이 명명되고, 재현과 개념이 그 사물을 포박하는 순간은 바로 사물이 그 에너지를 상실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결국엔 하나의 진실이 되거나 이데올로기로서 강제되고 만다.

프로이트에 의한 무의식의 발견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사물은 그 개념이 나타나면 사라지기 시작한다.




p.19

그러니까 실재는 개념 속에서 사그라진다.

그러나 그 반대의 움직임은 더욱 역설적이어서, 개념과 생각도(물론 환상, 유토피아, 꿈과 욕망도) 그 실현 속에서 사그라진다.

모든 것이 현실성 과도로 인해 사라지게 되면, 그리고 인간이 무제한의 기술 전개 덕분에,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자기 가능성의 극단에 이를 수 있게 되면, 그러면 인간은 자신을 추방하는 인위적 세상에 자리를 넘기면서 사라진다.

아딴 의미에서는 최고 단계의 유물론적 성과에 자리를 넘긴다.

그 세상은 완벽하게 객관적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세상을 바라볼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기능적이 되어서 세상은 더 이상 우리의 재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게다가 가능한 재현도 더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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