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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 art in culture,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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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kyoShin 2014. 5. 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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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집이 마음의 고향이라고 하는 것처럼, 집이 변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환상이다.

집이란 한 곳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내가 가는 곳에 따라가는 것, 언제나 반복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집에 대한 이러한 의견은 일반적인 견해와는 차이가 있다.

물론 집을 향한 그리움이나 상실감에서 내 작업이 시작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노스탤지어나 향수병과 직결된 건 아니다.

집이란 한 사람이 태어나서 거쳐 가는 수많은 공간이자, 단선적인 움직임 속에 연결된 수많은 장소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 자체가 노마딕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몽고인들에겐 '성을 짓지 말라. 성을 지으면 공격을 받아 멸망할 것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유목민이 생각하는 건축, 집에 관한 생각을 정확하게 보여 주는 말이다.

정착 문화인 농경 사회에서는 집을 움직이지 않고 변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겠지만,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천 작업은 공식적으로 미국 화단에 데뷔할 때 시작한 초기작이다.

물론 지금도 천으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 작품이 나를 연착륙하게 해 준 낙하산이었다.

전쟁터의 군인들을 적진에 떨어뜨릴 때 살아남게 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낙하산이다.

내 작품을 두고 '전치(Displacement)'를 이야기하는데, 전치의 개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낙하산 병사와 낙하산이다.

새로운 환경에 떨어져서 살아 남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낙하산 병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낙하산이다.

그런데 낙하산이 너무 크면 다른 곳으로 날아가고 작으면 너무 빨리 내려와 죽게 된다.

즉 낙하산에는 적당한 크기가 있다.

따라서 낙하산 병사 바로 위의 그 공간은 한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적 최소의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낙하산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던 천 작업은 연관이 꽤 크다.

상징적으로는 천으로 된 집을 만들면서 크기를 재고 만들었던 과정이, 전혀 다른 문화에서 충돌하지 않고 무던히 'Work Through'하면서 살아날 수 있게 도와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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