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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 북촌방향,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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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kyoShin 2013. 12. 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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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없죠.

그러니까 이렇게 이유 없이 일어난 일들이 모여서 우리 삶을 이루는 건데,

그 중에 우리가 일부러 몇 개만 취사선택해서, 그걸 이유라고 이렇게 생각의 라인을 만드는 거잖아요.

예, 그냥 몇 개의 점들로 이렇게 이루어져서, 그걸 그냥 이유라고 하는 건데, 제가 예를 들어볼게요.

만약에 제가 이 컵을 이렇게 밀어서 깨뜨렸다고 해요.

근데 이 순간 이 위치에 하필이면 왜 내 팔이 여기에 있었는지, 그리고 난 그 때 왜 몸을 이렇게 딱 움직였는지,

사실 대강 숫자만 잡아도 수없이 많은 우연들이 뒤에서 막 작용을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근데 우리는 이 깨진 컵이 아깝다고, 그 행동의 주체가 나라고 왜 그리 덤벙 대냐고, 욕하고 말아버리잖아요.

내가 이유가 되겠지만, 사실은, 내가 이유가 아닌 거죠. 네.

그러니깐, 현실 속에서는, 대강 접구 반응하구 갈 수 밖에 없지만,

실체에서는, 우리가 포착할 수 없이 그 수없이 많은 것들이 막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거거든요.

아마 그래서, 우리가 판단하고 한 행동들이, 뭔가, 항상, 완전하지 않고 가끔은 크게 한 번씩 삑사리를 내는 게 그런 이유가 아닌가,

제가 생각을 해 보는데, 말이 너무 많은 거 같네요, 제가, 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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