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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ialogue With a Stranger

Study/Works

by TokyoShin 2015. 11. 2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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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프레젠테이션 실습

Professor : 박현길


머지않아 대학 생활도 막을 내린다. 오직 전공 3학점을 위해 마지막 학기를 다니는 중이다. 시간이 맞는 강의를 고르다 '프레젠테이션 실습'을 수강하는데, 생각보다 재밌는 시간이다. 지난주부터 수업을 매주 개인별 자유 주제 프레젠테이션으로 진행한다. 다만 '슬라이드 중 한 페이지는 영어로 작성하고 발표할 것'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다 끝나는 마당에 하고 싶은 거 하고 가자'는 마음으로 주제를 '나'로 정했다.

 

 첫 프레젠테이션 때 어떤 얘기를 할까 고민했다. 사실 오랜동안 고민한 것도 아니었다. 이런저런 일을 마치고 보니 발표 전날이 닥친 것이다. 유일한 조건인 '영어 슬라이드 포함'이 몹시 거슬려, 한 시간 동안 노트북 앞에 멍하니 앉아 아무것도 만들지 못했다. 한글로 발표를 하다 갑자기 영어 슬라이드를 띄우며 영어를 내뱉는 일은 너무도 부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차라리 주어진 조건에 주목하며 고민을 계속했다. 


 어떻게 하면 '나'라는 주제에 '영어'를 자연스레 녹일 수 있을까. '누군가와 영어로 대화한 경험'이 즉각 떠올랐고, 마침 그 중 일부는 내가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아주 우연적인 경험이기도 했다. 작년 해운대 바닷가에서 영화 감독을 만나 짧게 대화한 일이었다. 이 날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일기(http://whereistokyo.tistory.com/359)를 토대로, 작업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낯선 이와의 대화'라는 제목을 만들었고, 대본의 형식을 빌려 대화 내용을 써 넣었다. 그러다 이왕 형식(조건)에 주목한 김에, 발표에서도 보다 대화에 가까운 형식을 재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써 둔'대화라는 양식이 흩어짐을 전제로 하는 게 좋다'는 문장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대본에서 발화자인 나의 대사를 삭제하고, 강의실에 존재하지 않는 '낯선 이'의 대사만 남겼다. 발표 당일 나는 나의 대사를 읊고, 낯선 이의 대사는 텍스트로 보여진다. 다음으로는 낯선이가 이전에 뱉았던 대사를 삭제했다. 대사는 발화 즉시 흩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강의실에서 이를 발표하는 실험만 남았다.


 발표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다만 청중들에게 의미가 온전히 전달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끝나고 물어볼 걸 그랬다. 헛점도 있고 아쉬움도 남지만, '무언가 새로운 걸 던지고 싶다'는 의도는 충족시킨 작업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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