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유한함이 아쉽고 어제의 유한함은 더욱 아쉽다. '오늘'이 30분도 채 남지 않았다. 오늘 아침엔 이태원에서 눈을 떴다. 일찍이 나와 곧장 지하철을 타는 바람에 이태원의 아침을 마음껏 음미할 수는 없었지만, 조금 위태로운 하늘과 새하얀 'PETRA' 간판을 기억한다. 월요일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월요일 속에, 나만 혼자 그저 '오늘'인 것만 같았다. 한강을 보았고, 머리카락은 덜 마른 채였다.
돌아와 안락함을 찾은 곳은 여기 작은 방 한 칸이었다. 밤이 되어서야 어제를 반추한다. 어젯밤 '장마 전야'라는 말을 두어번 보았고, 스르륵 잠에 들었다. 잠깐의 헤맴 끝에 찾은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두고 새우 완탕면을 먹었다. 그리 좋아하는 맛은 아니었지만, 처음 뜬 육수 한 술과 면의 톡톡한 식감, 새우의 탱글함은 잊지 못한다. 보광동을 걸었고, 졸린 고양이 한 마리와 사람들 몇몇을 보았다. 워크스에 들렀고 길종 상가 앞을 지났다. 그러곤 헬카페로 갔다. 캐러멜 마끼아또와 카페모카를 한 모금씩 맛보고는 이런 맛이 있었구나, 했다. 몇년 전 들었던 키린지의 에일리언이 나왔다. 그 곳에서 몇 가지 말을 쏟아냈다. 쟈니덤플링의 군만두를 먹었다. 흐르는 육즙과 탱탱한 새우. 맥파이의 포터를 마셨다. 씁쓸한 맛의 끝에는 정말로 초콜릿 향이 났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갔다. 어젯밤엔, 돌아갈 곳이 있었다. 이태원에. 그런 날이었다.
이제 오늘이 8분 남았다. 오늘이 아니면,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키린지의 에일리언을 들으며 썼다. 오늘이 아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