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위에 얼마나 미쳐가냐면 아침엔 글쎄 이런 생각을 했다.
'죽겠다, 진짜.'
'죽으면 땡큐지.'
제 정신이 아닌 와중에 밤의 경리단길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땀이 줄줄 흐르는 퇴근길엔 얼른 집으로 가야겠다는 마음 뿐이었다. 그러나 지친 채 방 문을 열었을 때 나를 맞이한 것은 숨 막히는 더위였다. 오늘 아침, '진짜 죽겠다'는 생각에 곧장 '죽으면 땡큐'라는 헛생각이 뒤따른 것은 너무나 살 만했기 때문이었음을 깨달았다. 이건 당장 오늘밤을 견디는 것마저 불가능한 더위여서, 샤워에 양치질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집을 나서 마트로 갔다. 거기서 박스형 선풍기를 한 대 사서는, 집에 오자마자 작동시켰다. 다시 샤워를 하고 나와, 강풍을 쐬며 냉장고에 넣어둔 생수를 한 잔 따라 마셨다. 33도의 방 안은 여전히 불가마지만, 살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서야 에어컨 방문 수리 예약을 한 내가 정말이지 미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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