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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1

by TokyoShin 2016. 10. 3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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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금, 토 3일을 연달아 놀았다. 목요일엔 작은 이과두주를 셋이서 나눠 마신 다음 칵테일을 다섯 잔 쯤 마셨다. 마시는 것을 포함한 대부분의 일이 충동적으로 일어났다. 금요일엔 맥주를 한 잔 마셨다. 할로윈 코스튬을 준비한답시고 동네 언저리를 돌다 1969에서 좀 좋아하는 뮤지션이 공연을 하고있는 걸 보고 들어가 홀짝인 것이었다. 놀자는 계획을 일찌감치 세웠던 토요일엔 맥주 두 잔, 칵테일 세 잔, 와인 두어잔을 마셨다. 일요일인 오늘 어제 더 열심히 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한다. 신도시에 가든 잡친다 파티에 더 있든 둘 중 하나를 했어야 했는데.


 지난 금요일 혜진언니가 여는 파티에 갔다가 거의 만취를 했다. 그 날 나는 '인생 막 사는 애'로 소개되었고 그건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듣기에 썩 유쾌한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이상 만취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다음날 혜진언니에게 말했다. "그래, 올해 남은 2개월은 좀 건설적으로 보내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건설적인 삶을 살고자 시도한 첫 번째 일은 파티에서 만난 애-술과 파티와는 몹시도 거리가 있어 보이는, 개발자라는 직함을 단-한테 일 얘기를 들어보고자 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습게도 그 일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건설적 삶은 커녕 고민만 하나 더 늘어난 와중이었다. 어제 수정이 집에서 와인을 마시면서는 그 이야기를 했다. "나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너무 많나봐." 수정이는 자긴 그런 게 없다며 오히려 호기심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나는 이 일에 대해 썩 장점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있는 호기심을 없앨 순 없으니 이 일은 그냥 내버려 두어야겠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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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수정이 집에서 잔 민정언니와 수정이를 만났다. 라멘이나 우동을 먹고 싶었지만 우리는 상수역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 혹은 샐러드를 먹었다. 먹고 보니 나쁘지 않게 해장이 되었다. 그런 다음 아주 자연스럽게 카페에 가기로 했다. 수정이가 가자던 제비다방이 안 끌려서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스탠스'라는 곳을 찾아 들어섰는데, 테이블마다 잡지 '킨포크'가 각 잡혀 놓인 것을 보고는 곧장 나왔다. 반사적으로 보고 싶지 않다고 돌아선 광경이었다. 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그게 왜 그렇게 싫었는지 애매하긴 하다. 영문도 모르는 채 소모되는 킨포크에 대한 알러지 때문이었나? 아니면 그게 그냥 진저리를 칠 만큼 지겨워서? 킨포크를 싫어하면 조금 멋있어진다는 기대? 글쎄, 모르겠다. 거기 다른 잡지가 놓여있었다면 어땠을지도.


 거길 나와 간 곳은 '시간의 공기'였다. 비엔나 커피를 시켰더니 예쁘장한 '나의 커피'가 내 앞에 놓였다. 마시는 동안 나의 것이 될 잔과 뽀얀 크림이 귀엽긴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로. 그래도 그러진 못했다. 찍어 뭐해. 그러면서 지난 날 빈 술잔은 열심히 찍어 올렸다. 뭐하러 그랬니. 몰라. 빈 술잔 사진이 모이면 재밌을 것 같았다. 나는 술을 정말로 좋아하니까. 월요일인 내일은 틀림없이 맥주를 마시고 싶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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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네에 인형 뽑기 가게가 늘고 내 인생에 유니클로가 는다. 처량해라. 그나마 덜 처량한 생을 위해 지질한 것들을 추방할 것이다. 그제는 압구정 CGV 앞에 홍상수 신작 포스터가 걸려있는 걸 봤다. 그걸 절대 보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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