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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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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kyoShin 2018. 2. 7.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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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주간


일주일동안 택배를 받았다. 모두 직접 주문한 것들이다.


월요일에는 앤아더스토리즈 & Other Stories로부터 카드지갑, 핸드 솝, 퍼퓸 오일이 왔다. 흐트러짐 없는 편지봉투 모양의 카드지갑은 가죽 소재인데 저렴하기까지해서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색상만 빼면 지난해 샀다가 얼마 써보지도 못하고 술에 취해 잃어버린 것과 똑같은 디자인이었다. 블랙과 버건디라니 봄 신상 치고는 조금 느닷없지 않나 싶다가 그럼 옐로나 그린이어야 합당한가, 하면서 무던하기 짝이 없는 블랙으로 골랐다. 짧고 통통한, 순백의 플라스틱 병에 든 핸드 솝은 세면대 위에 놓일 모습을 상상하니 흐뭇했다. 목화씨 오일이 들어있어 손을 씻으면 매끈한 감촉과 함께 뽀얗고 새침한 향기가 훅 풍긴다. 퍼퓸 오일은 피그 픽션Fig Fiction 이라는 이름으로, 한 손에 꼭 쥐어지는 조그만 병에 들어 있다. 거꾸로 들고 살결 위에 굴리면 구슬 틈으로 촉촉한 오일이 대담하고 씩씩하게 흘러 나온다. 코 끝을 가져다대면 무화과 냄새가 이랬던가, 흐릿하고 푸르른 향이 펼쳐진다.


화요일에는 폴라초이스 Paula's Choice로부터 각질 제거제와 수분 젤을 받았다. 코와 턱에 각질이 심해져서 바하 BHA 제품을 하나 사려고 벼르다 그냥 오래도록 유명하다는 걸로 구매했다. 대부분의 스킨 케어 제품이 그렇듯 당장에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타나진 않았다. 별 생각 없던 수분 젤은 할인 폭이 크기에 함께 샀다. 묵직한 제형인데 피부에 빠르게 스며들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둘 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사용할 생각이다.


수요일의 택배는 무인양품에서 주문한 침구 세트였다. 파란색 블록 체크가 시원시원한 이불과 베개 커버 그리고 민무늬 박스 시트가 함께다. 구성에 비해 값이 너무 저렴해서 샀는데 생각보다 얇은 원단이었다. 하늘하늘한 침구를 쓰기에는 아직 이른 날씨라 훌쩍 펼친 걸 고이 개어 두었다. 다음달 즈음에 싹 교체할 것을 다짐하며 잠시나마 청량한 마음을 가졌다. 그 전에 부드러운 향이 나는 섬유 유연제를 사 두어야겠다.


금요일 아침에는 문 앞에 놓인 택배를 받았다. 마켓컬리 Market Kurly에서 온 생수 여섯 병과 버터 한 덩이, 체리와 초리조 한 팩, 치즈 한 통이었다. 생수는 매번 떨어질 때마다 근처 편의점에서 PB 상품으로 하나씩 사곤 했는데 이번에 겸사겸사 삼다수를 구매했다. 이즈니 무염 버터는 주말 아침 팬케이크를 구울 요량으로 샀는데 정작 다른 데서 주문한 팬케이크 믹스가 여태 도착하지 않고 있다. 탐스러운 체리도 팬케이크에 귀엽게 곁들일 생각이었는데. 맛이나 보자, 두어개 씻어 입 안에 넣으니 평화로웠다. 아마 믹스가 도착하기 전에 다 먹어버릴 것 같다. 붉고 둥근 초리조와 하얗고 각이 진 치즈는 와인과 함께 먹을 것이다. 겨울밤 유일한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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