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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회고 2010 ~ 2018 - 4

Thoughts

by TokyoShin 2018. 12. 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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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회고 2010 ~ 2018

2010년대 시간의 장부: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9. 페미니즘으로 인한 질서의 붕괴


2010년대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이슈를 꼽으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페미니즘 리부트’라 답할 것이다. 오직 여성의 인권과 존엄을 추구하는 이 운동은 여성인 내가 세계를 인식하는 틀을 바꾸었고, 바꾸고 있으며, 바꿀 것이다.


2010년대 중반에 진입하며 페미니즘이 연일 화제에 오르내렸다.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운동부터 미투(Me Too) 운동, 웹하드 카르텔 문제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는 사건이 줄을 이었다. 페미니스트 선언은 진보한 시대 의식있는 시민의 덕목이 되었다. ‘페미 굿즈’는 선언의 징표로서 그 기능을 톡톡히 했다. ’Girls Can Do Anything’이라는 표어는 ‘주체적 섹스어필’을 정당화하는 데 쓰였고 사회가 찬양하는 무해한 기준을 벗어난 ‘강인한 아름다움’이 인기를 끌었다. 명백한 ‘시장 페미니즘’이었다.


지난해 말 국내에 출간된 페미니즘 고전 <백래시>를 비롯, 각성한 페미니스트들의 담론은 시장 페미니즘에 제동을 걸었다. 수전 팔루디는 <백래시>에서 80년대 미국 사회가 페미니즘을 어떻게 무력화했는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서술하고, 페미니즘에 대항하는 움직임을 백래시, 즉 반격이라 명명하고 비판했다. 이 책은 가부장제의 근본을 뒤흔들려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랟펨’) 사이에서 필독서가 되었고, 미국의 사례를 학습한 랟펨들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재현되는 반격의 위험에 대해 끈질기게 이야기했다. 


나는 트위터를 통해 페미니즘을 접하고 배웠고, 가치 판단에 따라 이 실시간 플랫폼을 ‘랟팸 타임라인’으로 구성했다.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타임라인 속 담론을 읽으며, 나는 이 사회에서 자라며 내면에 정립해버린 질서를 계속해서 의심하고 붕괴하려 애썼다. 비혼, 비출산, 비연애, 비섹스를 뜻하는 ‘4B’를 다짐하고 ‘불편한 용기’의 불법촬영 규탄 시위에 참여했다. 무기한 연기를 앞두고 지난주 열린 6차 시위는 11만 명의 여성을 불러 모았다. 타임라인에는 내년부터는 고용과 임금 등 실리에 가까운 의제를 중심에 놓고 싸우자는 이야기가 흘렀다.


어제 나는 “남자는 30대부터, 여자는 늙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여성인 직장 동료에게서 들었다. 매일 마주하는 현실과 스크린 속 담론의 격차가 너무나 크다. 사회가 만든 질서에 순응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머리에 힘을 주자고 다짐한다. 생각을 멈추면 뒷걸음질 칠 수 밖에 없다는 걸 잘 안다.




10. 2010년대의 끝


2018년의 끝. 한국 경제는 여전히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회는 경제로 말미암은 불안을, 2010년대 초기와는 또다른 방식의 위로로 떠안기 바쁘다. 자꾸만 미화된 과거를 불러오고, 소박한 행복을 추구하라 말한다. 나는 이 모든 위로를 거부하고 싶다. 


이틀 전 대학 동기 셋과의 모임에서 나는 40대 즈음엔 꼭 성공을 할 거라고 큰소리쳤다. 구질구질한 정서와 손절하고, 쉽고 정확하며 유의미한 말을 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도 했다. 이를 위해 2010년대의 남은 1년을, 내가 잘 하는 일을 다듬고 확인하는 시간으로 삼고 싶다. 그 확신을 기반으로 2020년대를 무언가 추진하는 10년으로 만들고, 성공한 비혼 여성의 사례로 남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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