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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요리 대결 '파이널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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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kyoShin 2019. 1. 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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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요리 대결 ‘파이널 테이블’ 

8화 탈락미션에서 엿본 콘셉트의 구현



글로벌 요리 대결의 포문

작년 공개된 넷플릭스 쇼 <파이널 테이블>은 세계 각국의 유명 셰프들이 2인 1조를 이뤄 요리 대결을 하는 과정을 다룬다. 이 쇼는 ‘참가자의 뭉클한 사연, 경연 내내 뿜어져 나오는 긴장감, 심사 위원의 극찬에 터지는 환희를 버무린 드라마’라는 서바이벌 장르의 타고난 문법을 답습하는 한편, 글로벌’이라는 키워드에 방점을 찍는다.


그간 미식 업계는 프렌치와 이탈리안이 쌓아올린 공고한 첨탑 뒤로 다양한 국가의 새로운 재료와 요리법을 파인 다이닝의 세계로 길어올려왔다. <파이널 테이블>은 이런 흐름에 발맞춘 쇼로, 각 에피소드마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요리를 주제로 삼는다. 이 쇼가 1화의 주제로 멕시코의 타코를 다룬 것은, 국가적 다양성은 물론이고 흔히 ‘고급’의 대척점에 있는 음식까지 다루겠다는 선언으로서 의미가 있다.



탈락 미션

<파이널 테이블>의 또다른 방점은 ‘탈락 미션’이다. 매회 진행되는 미션의 심사위원은 각국 요리 업계에 명실상부한 업적을 쌓은 대가들이다. 이 미션은 음식을 주제로 하는 본 경연과 달리, 대가가 선정한 각국의 재료를 주제로 삼는다. 심사에 각기 다른 대가의 특성이 반영되는 데다, 대가를 향한 참가 셰프들의 존경심을 느낄 수 있어 더 흥미진진하다. 


쇼를 통틀어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부분 역시 탈락 미션에 있다. 바로 8화 일본 편에서 요시히로 나리사와 셰프를 위한 성게 요리를 선보이는 장면이다. 이 네 가지 성게 요리는, 미션을 수행한 각 팀의 콘셉트가 확연히 대비된다는 점에서 경연 내내 쏟아진 그 어떤 요리보다 기억에 남는다. 네 개의 접시를 다시금 돌이키며, 콘셉트의 구현에 관해 생각해 본다. 





라파 & 에스드라스, 농장에서 바다까지

일본 된장을 섞은 감자 폼에 성게 구체를 올려 달걀 프라이를 표현했다. 검은깨 스펀지 케이크에 튀긴 면을 꽂고, 성게살을 얹어 성게 모양을 낸 요리를 함께 내어 ’농장에서 바다까지’라는 주제를 구현했다.


주제를 표현할 때 1차원적인 형상을 만드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흥미를 끌기는 하지만 유치하고, 대체로 주객이 전도된 인상을 준다. 마치 지역마다 거대하게 자리한 특산물 동상처럼, 목적을 잊고 과시가 앞선 결과물인 것이다.


나는 경연 내내 서글서글한 두 사람을 응원했지만, 이 요리는 모양에 맞춰 맛을 설계한 것처럼 보이는 데다가, 그렇게 중요시한 모양 역시 초등학교 공작 시간을 연상시켜 실망스러웠다. 

 



 

샤를 & 로드리고, 자연에 다가가다

성게 껍질을 그대로 요리 위에 얹었다. 주변의 원은 성게가 바위 안에 살면서 바위를 파며 만든 구멍을 상징한다. ‘음식은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매개체’라는 철학 아래, ‘음식을 먹기 위해 자연에 다가간다(성게를 직접 만진다)’는 UX를 구현했다.


껍질을 열면 성게와 검정무, 요리에 잘 쓰이지 않아 ’잊혀진 채소’라 명명한 채소의 줄기, 해조, 두부피를 조합한 요리가 등장한다. 신선하고 바삭한 육지의 식감, 부드러운 바다의 식감을 균형 있게 조리한 요리다.

 

요리를 일종의 예술로 풀이하는 샤를과 재료와 테크닉에 집중하는 로드리고의 장점이 두루 드러난 이 접시는, 자연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층적으로 풀어냈다. 촉각이라는 감각과 ‘잊혀진 채소’라는 의미를 활용해 ‘야생’의 면모를 부각한 점이 특히 탁월했다.  





셰인 & 마크, 가을의 색, 주황

성게의 껍질을 열면 주황빛의 살이 드러난다. 두 셰프는 성게의 색이자 가을의 색인 주황색을 주제로 삼고, 성게에 다양한 가을걷이 채소를 곁들였다. 양파와 시트러스는 호박즙에 볶고, 버터넛 스쿼시는 올리브오일에 구웠다. 


주황색을 대표하는 시트러스의 산미와 향으로, 강렬한 성게의 맛을 눌러 맛의 균형을 이뤄낸 점이 인상적이다. 이를 통해 ‘주황색’이라는 주제에 대해 ‘성게의 색’이라는 점 외의 당위를 하나 더 확보했기 때문이다.


일본 문화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계절’을 주제로 삼은 지점 역시 노련한 접근이었다. 주재료인 성게, 계절감, 맛을 색으로 엮어낸 감각적인 접시였다.





에런 & 그레이엄, 짙고 부드러운 바탕

성게로 만든 판나 코타 위에 영귤에 재운 가리비 세비체, 바질과 민트를 곁들였다. 성게의 부드럽고 풍부한 식감을 극대화한 요리로, ‘성게의 진한 맛’이라는 바탕 위에 상큼하고 개운한 맛과 향을 쌓아올렸다.


포션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탈락했는데, 경쟁자들의 요리 대비 뚜렷한 콘셉트가 보이지 않아 다소 밋밋하고 클래식한 인상을 준 것도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그 식감이 가장 직관적으로 상상되는 요리인지라, 맛을 볼 수 없는 시청자로서 구미가 당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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