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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앱 스튜디오'의 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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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kyoShin 2019. 2. 2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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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앱 스튜디오’의 후디

이 시대 젊은 남성들의 초상




이미지 출처: 어미새



지난 토요일 이태원의 언더그라운드 클럽 피스틸에 갔다가 아이앱 스튜디오 IAB STUDIO 로고가 프린트된 후디를 입은 젊은 남자를 보았다. 순간 며칠 전 전시 공간 겸 미술품 판매 플랫폼 취미가의 SNS 계정에 그곳과 협업했다는 후디가 올라온 게 떠올라 뭐 하는 브랜드인지 궁금해졌으나 찾아보진 않았다. 다음날 오후, 간밤 피로를 털어낸 나는 홍대 라이즈 호텔 1층의 타르틴 카페에 갔다가 역시 그곳의 후디를 입은 젊은 남자를 보았다. 나는 그곳의 정체를 더는 모르고 싶지 않았다.


아이앱 스튜디오는 힙합 하는 빈지노와 그의 친구들이 함께 만든 팀이었다. 2014년에 결성해 이미 빈지노의 음반 아트 디렉팅을 비롯한 많은 작업을 해 왔다. 의류는 지인들이 운영하는 브랜드와 협업으로만 출시하다 지난해 여름 즈음부터 자체적인 판매를 시작한 것 같았다. ‘무신사’에서 쇼핑할 것 같은 20대 초중반 남성들의 구매 리뷰가, 대략 6개월 전부터 유튜브에 올라온 걸 보면 말이다.


한정판이라 쉽게 구할 수도 없다는 후디는 누가봐도 흔하디 흔한 도메스틱 브랜드에서 대충 만든 옷 같이 생겼는데 리뷰를 보면 실제 퀄리티도 형편없는 모양이다. ‘그런 걸 왜 사?’ 싶지만 셀럽이 만드는, 살 만한 값의 물건임을 생각하면 이해 못 할 이유는 없다. 누가 입었다는 사실은 멋에 대한 주요한 보증이고, 6만 원대 후디는 가오를 지키면서 저렴한 값을 원하는 타깃층에게 딱 적당히 합리적인 옷이니까. 나는 그저 빈지노의 국힙이 2019년 한국의 젊은 남성들에게 사랑받는 시대정신으로 건재한 풍경이 지긋지긋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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