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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 83

Diary/부산에서

by TokyoShin 2014. 10. 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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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일기.

시월의 시작.

세상의 잡다한 소식들을 엿보다 경성대로 갔다.

같이 일하던 친구와 약속이 있었다.

각자의 밥을 주문하고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친구가 파우치 하나를 내밀었다.

열어보니 도톰한 양말 두 켤레가 들어 있었다.

길 가다 이걸 보고 내가 생각나서 샀다고 했다.

듣기 좋은 말이었다.

점심을 먹고 들른 카페에서는 '여전히 아름다운지'가 흘러나왔다.

그 애와 헤어지고 정처없이 주변을 걷다가, 부재중 표시가 뜬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자꾸 엇갈렸다며, 건너편 사람은 전화를 받았다.

어제 이리카페에 갔었는데, 늘 나랑 오던 곳이라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곧 떠날 여행 짐 꾸릴 얘기를 한참 하면서, 길가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핸드폰을 붙든 채 맥도날드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2층으로 올라가 테이블에 트레이를 놓다 바닥에 아이스크림을 엎질렀다.

그걸 다시 트레이로 올려 놓으면서, 계속 통화를 했다.

친구 일을 돕고 있다는 그 언니는 얼마 후면 여행을 떠나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나는 다시 돌아와 살 일이 힘겨울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또 한참 사는 얘길 하다, 모처럼 여유로운 하루 잘 보내라는 인사를 받고는 전화를 끊었다.

해운대로 돌아오니 저녁이었다.

바닷가를 걸으며 예쁜 광경을 많이 보았다.

핸드폰으로 달맞이 고개 쪽을 찍으시는, 어떤 할아버지의 포즈가 하이라이트였다.

이상하게 울컥했다.

바다는 여전히 아름답구나.

저 끝은 어쩜 저리 자로 잰 듯 수평일까.

아니.

자로 재도 저만치는 안 될 거야.

이런 생각을 하다 바다를 마주보고 앉았다.

어느새 해가 졌다.

아름다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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