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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마스터 시리즈: 에빈 오'라오다인 - 커널 브루어리

Study/Interview

by TokyoShin 2015. 2. 1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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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블로그 이브닝 브루에 실린 커널 브루어리 인터뷰.

번역이 시원찮지만, 오너 오'라오다인의 철학을 자세히 엿볼 수 있다.

http://www.theeveningbrews.co.uk




2011년의 가을, 나는 우연히 커널 브루어리(The Kernel Brewery)를 발견했다. 이 뜻밖의 만남은, 맥주에 대한 내 시각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우리 집 바로 가까운 곳의 이 겸손한 브루어리는 내 인생을 통틀어 최고의 맥주를 만들고 있었다. 내 미각을 다시 일깨워 준 책임자는 에빈 오'라오다인(38, Evin O'Riordain)이라는 사람이었다. 그가 버몬지의 도클리 로드 산업 단지에 있는 자신의 브루어리에서 나를 반긴다. 트레이드 마크인 포니테일 머리에 청재킷을 걸친 채다. 그가 런던 사워(London Sour) 한 잔을 건낸다. 묻지도 않고, 내가 그걸 원한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2.3도 밖에 안 돼서 아침 식사로 좋다. 겨우 11시인데도 꽤나 바빠 보인다고 말하자, 그가 말한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침 8시 반에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있어요'. 커널 맥주가 굉장히 유명해지면서, 마스터 브루어로서 그의 명성도 널리 퍼졌다. 커널의 신선하고 호피(hoppy)한 페일 에일은 런던과 그 일대에서 맛 볼 수 있는 최고의 술이다. 편애하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커널은 이 세상 최고의 브루어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동의하지 않을 지라도 말이다.



1999년, 에빈은 아일랜드 워터포드에서 런던으로 왔다. 그는 닐스 야드 데어리(Neal's Yard Dairy)에서 수제 치즈를 팔았다. 그 곳에서 2006년까지 일했고, 보로우 마켓(Borough Market)에서 자신의 치즈 가게를 시작했다. 그리고 인생이 치즈로 가득했던 2007년, 운명은 그를 맥주 타운으로 데려갔다. 그는 닐스 야드의 한 고객이 맨하탄 남동부에 치즈 가게를 여는 걸 돕기 위해 뉴욕으로 가게 되었다. '거기 있는 동안 맥주가 이럴 수도 있구나 하고 눈을 떴어요. 이전에 맥주를 마신다는 건, 언제나 그래야했듯이, 사람들과 펍에 관한 얘기었지만, 거기서 그런 건 전혀 상관 없었어요. 마켓 포터(Market Porter)에 가면 열다섯 종류나 되는 다양한 페일 에일이 있었어요. 우린 뭘 마시건 중요치 않아 했는데 말이에요. 죄다 똑같은 맛이 났으니까요'. 뉴욕에선 달랐다. 거기서 그는 맛있고 호피한 맥주의 다양함을 알았고, 맥주를 대하는 사람들이 그가 치즈를 대할 때와 같은 방식을 취한다는 것도 알았다. '전 치즈에 대해 모든 걸 알았어요 -누가 만들었는지, 왜 만들어졌는지, 비하인드 스토리, 사용된 재료, 무슨 맛이 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좋은 치즈인가 아닌가 하는 거였죠. 그런데 맥주에 관해서라면, 이런 걸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어요'.   


한 번 그가 호피한 아메리칸 에일을 맛 본 이상 되돌릴 길은 없었다. 그럼에도, 초반에는 맛에 대해 어리둥절했다. '무언가 조금이라도 익숙한 범위를 벗어나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집어내기 힘들어요. 사워 맥주(sour beer)를 처음 마시면 "젠장, 이건 뭐야?" 하게 되죠. 이건 즐거움도 기쁨도 혐오도 뭣도 아니에요. 그냥 "이게 뭐지?" 하는 거죠. 처음엔 대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체계가 필요해요. 그 다음 시냅스가 연결되고, 대상을 묘사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가 뉴욕에서 맛 본 깨끗하고 신선한 페일 에일은 그가 나중에 직접 맥주를 만드는 데 기준이 되었다.



두 달 후 런던으로 돌아온 그는 좋은 맥주를 찾는 데 목말라 있었다. 미국에서 알게 된 몇 가지 맥주가 수입된다는 걸 알아냈지만, 세계의 절반을 건너오는 동안 신선도가 떨어져 있었다. 그러다 브루독(BrewDog)이라는 새로운 브루어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거긴 스코틀랜드에서 온 깽깽거림이 있었어요. 그들의 어조나 일하는 방식은 제가 하고자 하는 것과 완전히 달랐지만, 메시지는 이해할 만한 것이었죠. 이제, 이걸 지지하는 맥주를 만들겠어? 펑크 IPA(Punk IPA)는 그 시절을 지지해, 바로 그거였죠. 깔끔하고, 신선하고, 미치도록 썼어요. 그 맥주가 존재할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죠. 제가 좋아하고, 마시고 싶은 맥주와 비슷한 걸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던 거예요'.



브루어리 곳곳을 헤집고 다니던 에빈의 두살배기 아들 카이(Kai)가, 아빠와 잠깐 놀기 위해 다가온다. 나는 브루어리보다 아이가 자라기에 좋지 않은 장소를 상상할 수 있다. 기계와 온갖종류의 흥미진진한 장치가 있는 이곳은 마치 놀이터같다. 게다가 카운터 옆엔 모래상자도 있다. 에빈은 카이가 처음 말한 단어가 "홉(hops)"인데, 만들어 낸 건 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카이가 바틀링 기계 위에 앉아 병을 박스에 담는 동영상을 보여 준다. 그러면서 이건 아동 착취가 아니라, 아들이 이걸 너무 좋아해서 못하게 하면 화를 낸다고 강조했다. 재빨리 기저귀를 간 다음 에빈이 스쿠터를 건네자 카이는 그걸 타고 놀러 갔다.


좋은 맥주가 너무도 부족한 영국에서 에빈은 자연스레 직접 맥주를 만들게 되었다. 그는 키트를 모으고, 양조에 관한 책을 사고, 인터넷으로 지식을 넓혀가며 프로처럼 양조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이 때 부터 커널이 시작됐다고 짐작한다. 공식적으로 설립되기 2년 전이었다. 브랜딩부터 주된 맥주를 결정하는 일까지 커널 정신의 많은 부분들이 에빈이 집에서 맥주를 만들던 시절에서 뻗어져 나왔다. 그는 얼마동안 홀로 양조를 하다 런던 아마추어 브루어(London Amateur Brewers, LAB)에 창립 멤버로 가입했다. 여기서 홈브루잉(home brewing)에 전념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가 보면 깜짝 놀랄 거예요. 정말 엄청났어요. 사람들이 맥주를 가져오면 전체 그룹이 맛을 보고, 모두가 피드백을 줘요. 거기에 "오, 정말 좋은데"와 같은 옵션은 없었어요. 모두가 공평한 와중에 될 수 있는 한 혹독한 얘길 들었죠. 우린 실수하면 어떤 맛이 나는지, 실수의 원인은 뭐였는지, 그리고 앞으로 이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웠어요'.



LAB의 멤버 중 두 명은 70년대에 저명했던 더든 파크 비어 서클(Durden Park Beer Circle) 소속이었다. 그들은 이전의 맥주에 대한 문서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심지어 몇 권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 중 '영국의 옛 맥주와 그것을 만드는 법'이라고 적절히 이름 붙인 책에서는, 옛 레시피를 집에서 만드는 1갤런짜리 사이즈로 축소했다. '우리가 여기서 지금 만드는 모든 옛날 스타일 레시피는 LAB에 있을 때 영향을 받은 거예요. 그건 제 맘을 들뜨게 했죠. 옛 레시피에 대한 최고의 존경은 좋은 맥주를 만드는 거예요. 꼭 한 단어 한 단어를 따를 필요는 없어요. 가능한 한 가깝게 하면 돼요. 그렇게 해서 쓸만하지 못한 걸 만들었다면, 아마 충실한 것이긴 하겠지만 망친 건 망친 거죠'.


에빈은 신중한 사람이다. 그의 생각이 이를 보여준다. 아주 자신감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적어도 그가 하는 것에 대한 확신에 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틀림없이 꽤나 잘 되어가고 있다. 그와 대화해 보면 그의 철학 전체의 작은 부분이 되고 있다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내가 그에게 맥주에 대한 열정에 관해 묻자 그는 답한다 '열정은 웃긴 말이에요. 전 그게 멀쩡한 표정으로 내뱉을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열정은 행동 속에서만 존재해요. 만약 열정에 대해 말하려면, 열정적인 상태가 아닌 실제 행동에 의한 것이어야 해요. 누군가 자신들은 무언가에 정말로 열정적이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늘 당신에게 뭔가 팔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죠'. 얼마나 맞는 말인가. 이제 당신은 나를 열정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난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맥주를 마시며 기분 좋은 단계에 다다랐을 때 다음으로 할 질문이 남아있지 않았다. '구름다리를 찾아 브루어리를 만들어 돈을 벌어요. 전 뭔가 다른 걸 시작하기 위해 뛰어넘어야 할 일이 없어요.' 그래서 2009년에 그는 커널 브루어리를 시작했고, 전 세계의 맥주 팬들은 그가 한 일에 행복해 했다. 그는 맛 좋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다른 업자들이 늘어선 몰트비 스트리트(Maltby Street)에서 출발했다. 그들은 좋은 친구들인 것 같았다. '차 한 잔 하고 싶거나 팩스 기계가 필요하면 옆 문으로 가면 돼요'. 느린 시작이었다. 브루어리를 짓는 동안 만든 첫 배치(batch)는 그들끼리 모두 마셨다. '우리는 판매가 부진할 때 저희 자신에게 6개월을 줬어요. 그 후에 우리가 하는 일을 잘 알게 됐죠. 다른 사람들이 우릴 찾고 방문하게 되기도 했어요. 나가서 우리 맥주를 홍보한 적은 전혀 없어요. 당신을 직접 찾아온 사람들은 당신이 하는 일에 훨씬 관심이 많아요. 찾기까지 공을 들였을 테니까요. 그 결정은 모두가 맥주를 얘기할 수 있게 만들었죠'.



그렇다면 이름은? '커널은 그냥 보리의 알맹이에요. 맥주를 만드는 아주 기초적인 요소죠. 정말 간단해요.' 이 간결함은 브래딩에도 반영되었다. 그들의 라벨은 극도로 간결하고 정직해서 눈에 띈다. '테이스팅 노트도 없고, 설명도 없죠. 전 뭘 늘어놓는 게 싫어요. 누군가 이 한 병에서 어떤 맛이 난다고 말하는 건 상대를 바보로 간주하는 거죠. 전 사람들이 가진 미각의 가능성을 믿어요. 맥주에 이런 라벨을 붙임으로써 우린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과 같아요. "이봐요, 당신은 할 수 있어요, 당신에게 얘기하는 다른 누구도 필요없어요". 라벨은 어떻게 만들어졌냐면... 옛날 걸 찾아볼게요'. 그러고는 브루어리 깊숙이 들어갔다. 그는 먼지 쌓인 맥주 한 병을 가지고 돌아왔다. 커널을 시작하기 1년 전인 2008년에 집에서 만든 것이었다. 릭덴 1836 마일드 비어(Rigden 1836 Mild Beer)라고 되어 있었다. 라벨은 맥주에 붙은 카드 한 조각이 다인데, 앞쪽에 이름, 날짜, 알콜 함유량이 찍혀 지금의 라벨이랑 거의 같아 보인다. '라벨링은 바틀링만큼이나 고역이에요'. 그래서 그는 간단하고 유익한 라벨을 유지한다. 모든 걸 맥주에 초점 맞추고 법석을 떨지 않는다. 카드는 병을 박스에 포장할 때 병끼리 서로 엉키는 걸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큰 소리와 함께, 그가 맥주를 따고 빈티지 프리-커널(vintage pre-Kernel)을 잔에 따른다. 굉장한 거품이 인다. 에빈은 맛이 좋을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가 한 모금 마신다. '겁나 산화됐네요'. 분명 나쁘진 않았다. 난 5년 간 이것보다 더 좋지 않은 맥주를 부지런히 마셔왔다. 캐러멜 향이 났고 탁한 코코아 버터 맛이 끝에 강하게 남았다.



2012년 3월에 그들은 몰트비 스트리트 마켓을 떠나, 몇 몇 동료들과 도클리 로드 산업 단지로 왔다. 그 시기에 8명의 정규 브루어를 고용했다. '모두가 맥주를 만들어요. 모두가 문서업무, 판매, 청소 등 모든 걸 해요. 비즈니스 전반을 이해하기 위해 여기에 있는 모두가 개괄적인 시야를 갖추는 게 중요해요. 그건 단순히 맥주만 만드는 일이 아니죠'. 그가 다년간 고용한 사람들은 모두 그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거나, 만나서 어울렸던 이들이다. 헌신적인 팀과 더불어, 그는 양조일을 줄이고 지루한 문서작업과 통화업무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예전엔 혼자 맥주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저 혼자 맥주를 안 만들어요' 그가 농담삼아 말한다. 그는 모든 관리업무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조만간 맥주를 더 많이 만들 계획이다. 지금 시점에서 좀 더 확장할 여유도 있고, 곧 몇몇 친구들을 불러 같이 일 할 생각이다.                               


에빈과 그의 비즈니스를 이끄는 데에 중요한 또다른 것은 고객이다. 고급과 캐주얼 레스토랑을 포함한 모든 핫 스팟에서 맥주를 판매하는 게 가능해진 것과 더불어, 그는 맥주가 지역색을 지킬 수 있도록 힘쓴다. '우린 지역 시장을 만족시키기 위해 일해요. 런던은 우리의 메인 포커스죠. 우리가 맥주를 판매하는 많은 장소들은 친근한 경향을 띄어야 해요. 이건 다른 어디에서 그 곳에 가야하는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거기 사는 사람들을 위한 거죠. 그들은 좋은 맥주를 사는데 충분히 신경을 쓰겠지만, 그게 그들이 거기에 있어야 할 모든 이유일 필요는 없어요. 그런 강한 지역적 연결이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공급에 대해 하는 얘기를 듣고 있으니 모든 게 명확해 보였다. 왜 모든 브루어리들이 이렇게 하지 않을까? 이거야말로 굉장히 정직하고 완벽한데.



맥주에 관해서라면 에빈은 끊임없이 그의 지식을 확장할 터다. 이미 알고 있는 걸 기반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내가 완벽주의자냐고 묻자 그는 재빨리 답한다. '아뇨, 오히려 반대에요. 완벽은 죽음과도 같아요. 만약 당신이 무언가를 완벽하게 해냈다면 성장할 기회가 있겠어요? 성장과 발전만이 전부예요. 전 무언가가 제 기대와 컨트롤을 넘어서는 게 좋아요. 모든 걸 컨트롤 할 수 있다면 배우는 건 단지 이 과정을 다룰 수 있다는 것 뿐이죠. 전 무언가가 제 기대 이상으로 나아갔으면 해요. 열려 있는 것 또한 중요하고요. 다른 사람들의 영향과 생각에 열려있는 거요'.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아마 이 멋진 브루어리의 결과물에 꽤 익숙할 것이다. 그들은 다른 대부분의 브루어리처럼 계속해서 하나의 맥주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주 단위로 모든 맥주를 바꾼다. '각각의 맥주를 신선하게 접해야 해요. 그리고 원하는 대로가 아닌 있는 그대로 접해야 하죠. 품질은 일정해야만 하고요. 우리가 "커널 페일 에일(The Kernel Pale Ale)"을 가지고 있었다면 레시피도 늘 같았을 거고, 당신은 그걸 10번 마시면 그게 어떤 맛인지 기억하겠죠. 그건 있는 그대로의 맛이 아닌 당신에게 기억된 맛을 만들어 낼 거예요'.



에빈은 양조계의 구루같다. 구루처럼 말하기도 하고 약간 그렇게 생기기도 했다. 6년 전에도 그가 한 가지 맥주를 만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커널의 다음 단계는 어디일까? 에빈은 배럴 에이징의 모험으로 그의 지식을 넓힐 생각이다. 아마 좀 더 사워 맥주 쪽으로 만들 것이다. 이는 모든 맥주 팬들이 기대할 만한 뉴스다. 거기에 에빈이 뭘 선택하든 좋을 거라 생각하는 나도 있다. 그리고 그는 깊이 있는 단계에 다다르기 전까지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과장과 술책에 대한 극심한 반감은 그가 하는 모든 것이 정직과 진실성에 녹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말 아름다운 것이고 난 그가 만들 맥주를 맛보는 게 몹시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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