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줄리 Miss Ju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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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 티저 포스터가 참 아름다워서 보자마자 저장해 두었더랬다. 어제 업데이트 된 캐릭터 포스터 역시 좋다. 서정적이고 멋진 포스터를 선보이는 스튜디오 프로파간다의 디자인이다. 

 푸르고 우거진 숲, 한 연인은 아치 위에서 입을 맞춘다. 우아한 Bodoni Italic으로 만든 거대하고 하얀 'J'레터와 연인의 비스듬한 각도의 조화가 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영화 제목이 <미스 줄리>인 것으로 미루어, 수직의 힘을 장악하는 이 아름다운 글자는 줄리의 'J'일 것이다. 그럼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 위태로이 기대고 있는 걸까.

 캐릭터 포스터에서는 연인의 뒷모습을 볼 수 있다. 여자는 여전히 숲에서, 비스듬히 기대어 있다. 햇살이 여자를 비추고 있지만 힘겨워 보인다. 남자는 어디론가 떠난다. 그의 손에는 신발 한 켤레가 들려있고,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어쩔 수 없는 뒷모습이다. 두 포스터에는 영화 타이틀도 삽입했는데, 자간을 많이 넓혀 썼다. 덕분에 이 글자들은 티저와는 반대로 수평에 힘을 거든다.       

 포스터 간 관계가 깊고 영화의 스토리도 어렴풋이 느껴진다. 가로획과 세로획의 차이가 몹시 크고 수직 스트레스가 강한 Bodoni를 이탤릭으로 써서 위태로움을 표현한 점이 무척 좋다. 한글 타이틀 서체에도 이런 특징을 반영했는데, 어딘가 조금 아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