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호에 산 지 1년이 넘었다. 이 곳에 사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일자리를 두어 번 바꾸었고 술과 춤을 더 많이 좋아했다. "최고의 원룸 인테리어는 짐을 줄이는 것"이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으면서도 하는 수 없이 짐을 늘렸다.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던 집 앞 모퉁이 고양이들에게 캔이나 간식을 주고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탄산수와 선풍기의 맛을 알았다. 광흥창역과 상수역 사이의 길에 익숙해졌다. 맥주병을 열댓 개 모았다. 그때그때 산 편의점 우산이 다섯 개 모였다. 눈썹과 머리칼을 여러 번 탈색했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먹방'을 보았다. 아무것도 없던 벽에 여러 장의 이미지를 붙였다. 내가 무얼 좋아하고 잘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가고 있다. 1년 쯤 뒤면 201호를 떠날 지도, 계속 머무를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