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201 - 162

Diary/201

by TokyoShin 2018. 10. 31. 00:26

본문




잘 듣고 있어요


이랑 님의 신곡을 듣다 경탄을 하고 말았다. 그는 천천히, "이게 어떤 쓰임이 있을지" 하고 운을 뗀다. 자신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잘 듣고 있어요"라는 인사를 건네 받는다고 한다. 조용히 그 인사를 다시 청자에게 넘긴다. "잘 듣고 있나요?" 여기까지만 해도 그가 그저 따뜻하게, 청자의 순간을 나지막이 불러오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그가 점차 가쁘게 토끼전과 주변 인물을 교차하며 노래할 때, '어떻게 이런 걸?' 하고 경하고 말았다. 


바다의 용왕은 병이 나 고칠 방법이 없고, 그의 친구는 얼마전 수술을 받았다. 용왕의 병을 고칠 유일한 약은 토끼의 간이고, 또다른 친구의 강아지는 암을 앓았지만 완치가 되었다. 용왕의 청을 받은 거북이는 토끼를 찾아 나섰고, 또다른 친구는 세계를 떠돌다 자신의 옆에서 코를 곤다. 목숨을 찾으려는 용왕과 목숨을 되찾는 이들, 토끼를 찾아 헤매는 거북이와 무언가를 찾들, 목숨을 구한 토끼를 교차하던 이야기"누구는 목숨을 찾고 누구는 사랑을 쫓는 거겠죠"라는 말로 마무된다.


그는 다시 "잘 듣고 있어요"라는 화두를 불러온다. 여기서는 그가 청자가 되고, 잘 듣고 있는 대상은 의미 있는 이야기다. "의미가 있는 이야기는 듣고 또 들려주고 싶어요." 그는 모두에게 다시 묻는다. "잘 듣고 있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답한다. "잘 듣고 있어요." 


그는 전작 <신의 놀이>에서 "여전히 사람들은 좋은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노래했다. 그리고 한동안 사회에 실망하고 분노하느라 노래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 그가 오래도록 구전된 이야기와 친구들의 이야기,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자신과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을 촘촘히, 또 성기게 직조한 노래를 한다. 나는 이 모든 이야기에 즐겁고 기쁘고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오늘만 해도 몇 번이나 잘 듣고 있어요.  



경탄하고 말았는데

  

한편 오늘 책에서 읽은 문장은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사람이 단지 경탄하는 그것만으로도 평생 동안 멍청해집니다. 경탄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전혀 아무것도 없지요 하고 어제 레거는 말했다. 존경하고 중시하는 것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경탄합니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더 쉽기 때문이지요 하고 레거는 말했다. 경탄은 존경하고 중시하는 것보다 더 쉽습니다. 경탄은 멍청한 사람의 특징입니다 하고 레거는 말했다. 단지 멍청한 사람만이 경탄하고, 영리한 사람은 경탄하지 않습니다. 그는 존경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이해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정신이 필요한데, 대부분 사람들은 이 정신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정신없이, 실제로 완전히 정신을 내놓은 채 피라미드로, 시칠리아의 신전으로 그리고 페르시아의 사원으로 여행하며, 감화를 받고 경탄함으로써 더 멍청해지지요 하고 그는 말했다."




'Diary > 201'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 - 164  (0) 2018.11.01
201 - 163  (0) 2018.10.31
201 - 161  (0) 2018.10.29
201 - 160  (0) 2018.10.28
201 - 159  (0) 2018.10.2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