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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 166

Diary/201

by TokyoShin 2018. 11. 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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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면 성실


내가 요즘 최고로 꼽는 가치는 근면 성실이다. 한때 고루하게 여긴 가치가 부상한 것은 삶에 다소 자기 계발적인 의지가 깃들었기 때문인데, 아직 초기 단계라 북돋우좋아라 한다. 다그치지 않으면서도 너그러움의 도를 넘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고 싶다.


나는 근면 성실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개근상을 받은 적도 없고, 성인이 되어서도 수시로 지각하거나 일에 쉽게 싫증을 냈다. 개근상은 재미없는 애들이나 받는 거라 생각했고, 출근과 점심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 두고 너무 빡빡하다 여겼다. 나는 어릴 때부터 새로움을 좇는 사람이었고, 뻔한 근면 성실보다 수평 개방적인 태도를 최고로 받들었다. 


그렇게 때로는 방종을 용인하며 수년을 보냈다. 물론 앞날의 통제가 불가할 정도로 한심한 날들만 있던 건 아니었다. 열의에 찰 때는 넘치게 찼고 해내야 할 일 앞에서 비겁하게 굴지도 않았다. 문제는 근면 성실과 거리를 둔 사이, 내가 그만큼 새롭고 재밌는 사람이 되었는지의 여부다. 아마 어느 정도는 그랬다. 나는 여전히 새롭고 재밌는 걸 좋아했고, 가끔 어떤 규범을 벗어나는 일에 중독되었으며, 주변 사람들도 나를 그런 사람으로 여겼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며, 나는 자신도 모르는 새 내상을 입고 있음을 알았다. 나는 너무 쉽게 자신을 미워하고 있었다. 경험이라 치부한 방종이, 채 이루지 못한 성취가, 불운과 연합하여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제서야 근면 성실의 가치가 위대해보이기 시작했다. 별 볼 일 없어 보일지라도 이를 성취로 인정하는 일, 매일매일 나아지는 모습을 확인하는 일, 그렇게 정신의 잔근육을 키우는 일. 나는 앞으로 내가 설정한 매일의 과업에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매일의 과업을 위해 출석하고 매일의 목표치를 달성하는 근면 성실을 실천하기로 했다. 이에 가장 큰 방해가 되는 음주도 당분간 그만두기로 했다. 그 끝이 어디에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지치지 않을 만큼만 힘을 내보고 싶다. 간증 같은 얘기를 한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한데 여하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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