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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1

by TokyoShin 2018. 11. 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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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축제


옷정리를 하고 싶다. 입기는 싫은데 그냥 내다 버리기 아쉬운 옷이 여러 벌 있다. 옷을 가져가면 킬로그램 당 돈을 주는 곳이 있다는데 그러기에도 좀 아쉽다. 나는 의미를 잃어버린 사물들을 끌어안고 살다가 끝내 내다 버리게 되겠지.


정확한 말을 하고 싶다. 세상에 쓸모없이 들러붙은 수식과 텅 빈 단어가 너무 많다. 이를테면 '가치' 같은 것. 며칠 전 업무를 하다 이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용자의 가치를 존중합니다"라는 문장에서 사용자의 가치는 어떤 말로 구체화되는가. 사용자의 가치를 존중한다면 각각의 사용자가 제품에서 중요시하는 개별적인 사항을 모두 존중하겠다는 것인가. 결국 사용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만들겠다는 뜻이라면, 왜 "사용자를 존중합니다"라는, 더 정확하고 쉬운 말로 쓰이지 않았는가. 예전에 "단순히 무엇무엇이 아닌"과 같은 수식에 주의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뒤에 오는 말은 "단순한 무엇무엇"을 치장한 것일 확률이 높다. 때로 "가치"라는 말도, 그저 앞에 오는 말을 치장하기 위해 쓰이는 것 같다.


<무의미의 축제>를 읽은 적도 없으면서, 무의미하게 제목을 빌려왔다.



미디어


어제 친구 셋과 이야기하다 그들이 모두 랩탑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친구들은 모두 일상의 미디어로 모바일을 이용하며, 수일 간 랩탑을 쓴 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랩탑을 가지게 된 2010년 이래로 이 물건을 작동시키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인데. 그간 수없이 보고 들은 말이 "미디어 환경의 변화"임에도, "나와 친구들의 일과"라는 미시적 사안에서 변화를 체감한 나는 몇 초 동안 아무런 말을 못 했다. 이렇게 다음날에야 반성하는 마음으로 "미디어 사용 패턴"과 같은 말을 검색창에 집어 넣고 있다. 다들 무슨 생각으로 어떤 걸 보고 들으며 삶을 살아가는지 구체적으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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