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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 169

Diary/201

by TokyoShin 2018. 11. 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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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성큼


"걸음이 왜 그렇게 빠르냐"는 말 자주 듣는다. "왜 그렇게 천천히 걸으세요?", 답하지 않는다. 빠른 속도로 거침없이 걷는 게 좋다. 어쩌다 몸에 익은 습관인데, 그게 좋다는 생각을 며칠 전부터 하고 있다. 신천지 교도와 케이티 직원의 습격을 가뿐히 피할 수 있도록, 나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태도로. 그렇게 퍽퍽 걸으면 없던 힘도 나는 것 같다.


트위터에서 "제 몫의 인생을 살면서 굳이 '아등바등'이나 '뚜벅뚜벅'이라는 표현 쓰는 사람들은 거른다"는 내용의 말을 보았다. 어떤 타래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가난 혐오" 따위의 화두를 꺼내드는 사람을 꼬집는 얘기였다. 생이 또다시 어렵게 느껴지던 퇴근길 그 말에 동조하며 '성큼성큼' 걸었다. '싫은 사람이 되지 말자. 생각을 하지 말고 오늘의 일을 하.' 눈물이 희망차게 퇴보하는 순간이었다.


점심 때는 지난 대화를 상기했다. 몇 달, 혹은 몇 년 간 변함없는 이야기를 반복한 지점이 있었다. 기다랗게 뻗친 대화 속에서 그 지점들을 찾아내어 하나하나 분질러 반성했다. 결론도 없는 고민을 대단한 것인 양 밝히지 말 것. 오래된 과거를 뿌듯해하기를 그만 둘 것. 결론을 찾고 앞을 바라볼 것. 변화를 감지하고 체화하고 말하며 사는 게 좋다. 적어도 지금은 지금을 말할 때가 더없이 그리고 덧없이 기쁘다.



남몰래 눈부신 하루를 보내기를 바라요


시월의 마지막 날 보낸 문자였다. "눈부신 하루"라고 하면 부담이 될까 봐 남몰래 이렇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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