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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 171

Diary/201

by TokyoShin 2018. 11. 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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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 정립


요즘의 나는 쉽게 흥분하는 것 같다. 흥분한다는 것은 사안에 분명한 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뜻일테다. 그러나 때문에 맹신자 비춰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굳이 지나친 이야기를 꺼냈나 싶어 후회를 한다.


연인과 최근 이별한 친구는 아무래도 상대방이 바람을 피운 것 같다고 했다. 자긴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며, 바람을 피우는 사람의 심리가 궁금하다고 했다. 나는 오히려 그 심리를 궁금해하는 게 납득이 안 갔다. 첫째로는 그 심리에 무슨 다층적인 매커니즘이 작용하겠냐는 회의감, 둘째로는 설령 그 심리에 뭐가 있다한들 알아서 어디다 쓰겠냐는 회의감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여성이 약자의 입장에 처하는 남성과의 연애 관계에서는 그 회의감이 몇 배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


나는 이 친구가 적어도 당분간은 새로운 남성을 만나지 않기를 바랐다. 굳이 나서서 염려한 것은 지난 번에 그로부터 "소개팅을 할 생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일상을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좀 흥분하여, 사회가 사교의 통로로 연애를 부추기는 것이 너무 기이하다는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화를 나누고 발전을 도모할 상대를 만나는 일이, 자기 작업을 하거나 활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너무 어렵다. 플랫폼을 이용해 사람을 만나려면 돈이 필요하고, 그렇게 구축된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일은 흔치 않다. 새로운 사람을 사귈 때 성애라는 목적이 분명한 "개팅"이 일상적인 데 반해, 사교 목적의 친구 소개는 아직 어색하게 여겨진다. 나는 이런 현실이, 유대를 형성할 상대를 만나고 싶을 때 그게 연인 관계여야 한다는 무언의 프레임을 더 강화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데는 아무래도 재작년 어떤 사람을 만난 일의 영향이 크다. 그와는 가끔 연락하는 친구 사이지만, 나는 그 누구에게서도 그가 건네는 것처럼 큰 위로를 받지 못했다. 그와의 관계가 시작되고 지속된 방식 몹시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사람 사이의 유대라는 게 알아온 시간이나 만남의 횟수 같은 요소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흥분을 감지한 나는 급히 말을 줄였다. 이야기의 결론을 "(일상을 공유할 대상으로 연인을 찾지 말고) 혼자 지내는 것에 좀 더 익숙해짐과 동시에 좀 더 활동적인 자세새로운 친구를 찾아 나서기"로 맺으며 속으로도 다시 한 번 새겼다. 여하간 내가 이유 없이 남성이라면 무조건 반기를 들고 보는 사람처럼 비춰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친구들과의 견해 차이를 좁히기가 참 어렵다. 아니, 뭐 그렇게 보여도 별 상관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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