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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1

by TokyoShin 2018. 11. 20.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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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출퇴근을 하게 된 데다 날까지 추워지니 도통 산책 나갈 생각이 나지 않는다. 꼼짝않고 앉아만 있어서 그런지 다시 수렁에 빠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출근 준비를 하는 아침 내내 상담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까지 정신이 유약할 일인가. 까딱하다 올초 꼴 나겠다는 위협을 느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지난 겨울 후 한순간도 빠짐없이 지리멸렬한 감정이 내게 들러붙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생각을 하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움직여야 한다.


아침에는 일기를 쓰는 일도 싫어지기 시작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볼 수 있게 오픈 해놓은 창구에 사적인 얘기를 쏟아내는 게 좋은 일이 맞나 싶어서 불안해졌다. 사람들은 내게 그 정도로 관심이 없다는 말을 떠올리고서야 안심하게 됐다. 알 게 뭐야. 라고 쓰지만 사실 이런 대범함이 없어서 자꾸 감정적인 문제를 스스로 만들고 괴로워한다.


내일 눈 뜨면 봄이었으면 좋겠다. 말도 안 되게.



한드 이야기


아, 요즘 약간 한드에 미쳐있었다. 유튜브 메인 페이지에 탑매니지먼트가 떠 있는 걸 보고 생각났다. 탑매니지먼트는 무료로 제공하는 1, 2, 3, 9화를 다 보고 오로지 이 드라마의 나머지 에피소드가 궁금해서 프리미엄 결제를 하고 싶을 지경이다. 다른 한드로는 인기가 지지리도 없었던 JTBC의 제3의 매력, 그리고 같은 방송사의 뷰티 인사이드를 보았다. 둘다 중간에 몇 화를 빼고 거의 다 봤다. 하필 넷플릭스에서 두 드라마를 서비스 하고 있었다. 셀 수 없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넷플릭스에서 하필 왜 저걸 골라 봐야 했는지에 대해서 만큼은, 알지만 모른 척 하고싶다. 특히 뷰티 인사이드에 대해서는 정말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난주 종영한 제3의 매력은 연계성 없는 극본이 마이너 드라마를 달리던 사람들에게 끝끝내 비수를 꽂았다. 생방송 수준으로 방영했다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용인하기 힘든 전개였다. 드라마를 연출한 표민수 PD가 유명하대서 보기 시작했는데 연출도 그냥 그랬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설정도 너무 많았고. 광활한 주방이 있는, 남주의 원테이블 레스토랑은 유난스레 기억에 남는다. 여하간 너무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더 말을 하고 싶지도 않다.


뷰티 인사이드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야 한다. 나는 이 드라마의 작가가 과거 김은숙 작가의 보조작가였다는 사실을 알고야 말았다. 제3의 매력이 인물의 감정, 사건의 개연성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척 하다가 완전히 반대로 나아가버린 드라마라면, 뷰티 인사이드는 처음부터 개연성은 개나 줘버린 드라마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에서 개연성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가치하다. 이런 건 원래 그런 맛에 보는 거니까. 덕분에 아무 이유없이 웃고 싶을 때 보면 좋다. 커다란 실소를 내뿜게 되는 장면이 회당 한 번 이상은 보장된다. 초반엔 그 웃음에 남주의 로봇 연기와 '이 몸 등장' 씬의 지분이 컸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생각지도 못하게 남조연의 지분이 불어나고 있다. 


아, 세상에. 몰랐는데 월화 드라마였다. 두 화를 남겨두고 있었는데 오늘 종영했다. 약간 노잼이 예상되지만 봐야할 것 같다. 김은숙식 작법이 이렇게 무섭다. 다 보고 죄책감에 시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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