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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 181

Diary/201

by TokyoShin 2018. 12. 16.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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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잔의 커피와 초코우유 한 팩


거의 종일 나와 있었더니 너무 힘들다. 피곤하다는 말밖에 생각이 안 날 정도로 피곤한데 곧 월요일이 된다는 사실에 상심하여 귀가를 미루고 있다. 커피를 세 잔 마셨다. 일민미술관에서 카누, 보안스테이 앞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빌즈에서 롱블랙. 


카누는 관람하러 간 토크에서 건네받은 것으로 전혀 예기치 못한 것이었다. 전형적인 토크를 상상하고 갔는데 눈 앞에는 한 편의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커피와 함께 받은 서류봉투를 가방에 넣고 통의동으로 갔다. 


보안스테이에서 열리는 프라이빗한 전시 관람을 예약했었다. 4시가 될 때까지 바로 앞 카페에 앉아 기다렸다. 아메리카노를 반 쯤 마시고 34번 방으로 갔다. 거기서 보낸 20분은 오로지 나만 안다. 방을 두어 번 빙 둘렀다가 침대에 잠시 앉아 있었다. 지금 거기 침대에 절절히 눕고다. 방에 들어설 때 받은 책을 가방에 넣고 다시 광화문으로 갔다.


머릿속으로 이마와 빌즈를 저울질 하다 빌즈에 갔다. 책을 읽으면서 치킨 버거를 먹고 롱블랙을 마셨다. 버거에 들어간 애플 민트 향이 기분 좋았다. 아직도 입에 맴돌 정도로. 다음 일정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음료를 하나 더 주문하고 있을까 하다 그냥 일어섰다. 랩탑을 켜고 뭘 쓰고 싶었는데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고, 안내받은 자리가 직원들과 너무 가까워서 조금 불편했다. 디타워 로비로 내려가 입구 쪽 테이블에 앉아서 뭘 좀 썼다.


8시 30분에 시작하는 송민정 작가의 <Caroline, Drift train>을 보러 일민미술관에 갔다. 일찌감치 매진된 작품임을 증빙하듯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입장이 지연되었다. 다들 저 커튼 뒤로 어떤 상황이 닥칠지 알지 못하는 가운데, 로비에 웅성이며 표류했다. 이윽고 입장이 시작되었다. 우르르 몰려 들어간 사람들은 빠르게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곳은 핀란드 어느 지역의 대합실이었다. 그 자리에 모인 들뜬 호기심과 기다림이 만든 약간의 피로, 대합실이라는 설정이 맞물려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거기서 모두는 공통의 메시지를 받고, 함께 표류의 시간을 보낸 다음 흩어졌다.       


피곤한 나는 빠르게 미술관을 떠났다.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있는 지하철을 타려고 뛰는데 문자가 왔다. "플랫폼 2 폐쇄 알림. 21시 25분에 플랫폼이 폐쇄되오니 아직 역 내에 계신 승객께서는 안전한 귀가길 되시길 바랍니다." 이 상황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역에서 내려 초코우유 한 팩을 샀다. 작업실에 와서 포션이라도 되는 양 단숨에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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