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녀의 기분
따분했다. 여러 출판사의 시인선이 잔뜩 꽂힌 서가를 훑으면서. 자꾸만 따분했다. 그래도 나는 문학동네 디자인을 좋아라 하니까, 그 쪽을 한 번 더 봤다. 썩 내키진 않았지만 한 권 꺼내보았다. 날개에 적힌 시인의 말이, 시집의 제목, 표지의 색깔과 겹쳐지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따분하지 않았다. 멸균된 연핑크빛 단어들. 구차하고 우스운, 지저분한 것들. 그런 게 여기 다 있었다. 한 줄 김밥이랑, 훈제 통닭, 담배랑 막걸리랑잡히는 대로 봉투에 담아문밖, 아까부터 나를 훑어보던 아저씨한테 갖다줬지단골 개거지 아저씨그리고 내 소원을 말했다 가서 그냥 죽어요 오늘 포텐션 최고.- 월급날 잠도 없이 꿈을 이야기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네요 내운명이 침묵하라면 그래야겠죠? 살짝 데운 우유에 생긴 뜨거운 막 같은 ..
Thoughts
2015. 3. 26. 14:35